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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허원근 일병 의문사 추적

장아름 기자
2025-04-18 10: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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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허원근 일병 의문사 다루며 41년간 이어진 진실 추적 그린다 – 결국 '알 수 없음'으로 끝난 대법원 판결… 시청자 분노와 공감 이어져

휴가 하루 전날 사망한 아들… 의심으로 시작된 아버지의 41년간 여정

지난 1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171회에서는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을 다뤘다. 이날 방송은 아버지 허영춘 씨가 1999년 4월 7일 일기장에 적은 문장 “오늘이 16년 전 아들이 죽어간 날이다”로 시작됐다. 그날은 큰아들 허원근 일병이 군 복무 중 목숨을 잃은 지 꼭 16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22세였던 허 일병은 첫 휴가를 하루 앞두고 군부대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 헌병대는 사인을 '자살'로 규정하며, 중대장의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복무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아버지 허 씨는 군이 내놓은 설명 어디에도 납득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군 측은 허 일병이 스스로 M16 소총을 들고 폐유류고로 걸어가, 오른쪽 가슴을 먼저 쏜 뒤 죽지 않자 왼쪽 가슴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아버지가 목격한 것은 전혀 달랐다. 폐유류고가 아닌 중대본부 바닥에 흥건히 고여 있던 물, 막사 외부에서 발견한 핏자국, 그리고 시신에 남겨진 세 개의 총상. 주변 군인들의 증언 역시 엇갈렸다. 두 발의 총성을 들었다는 증언과는 달리, 시신에는 세 개의 탄환 흔적이 있었고, 어떤 군인은 총성조차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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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허일병 의문사 다루며 41년간 이어진 진실 추적 그린다

진상규명위원회의 등장과 새로운 정황들

2000년, 군 의문사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커지면서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가 출범했다. 허원근 일병 사건도 조사 대상이 되면서, 이전 수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던 여러 모순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보고된 탄피 수는 두 발이었지만, 언제부턴가 공식 보고서에는 세 발로 기재됐다. 더불어 허 일병의 가슴에 난 두 개의 총상은 색이 다르게 나타났고, 총을 맞은 시점이 다르다는 정황으로 해석됐다.

조사 결과, 사건 전날 중대본부에서는 간부들 간의 술자리가 있었다. 당시 중대본부 계원 전 상병은 선임하사 중 한 명이 술에 취해 총을 들고 나왔고, 그 직후 두 발의 총성이 울린 뒤 허 일병이 쓰러졌다고 진술했다. 의문사위는 이 증언과 정황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총기 오발에 의한 타살'로 결론 내렸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리스너로 함께한 배우 오대환은 “가족은 너무 가슴이 아팠을 거다”라고 공감했고, 가수 윤도현은 “진실을 알수록 처참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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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허일병 의문사 다루며 41년간 이어진 진실 추적 그린다

국방부와 충돌하는 진상 규명… 결국 ‘판단 불가’ 결론 내려진 대법원

하지만 진실 규명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구성한 특별 진상조사단을 통해, 허 일병이 자살했다고 다시 발표했다. 탄피 세 발은 자살 과정에서 모두 본인이 쐈고, 총상의 색이 다른 이유는 거리 차이 때문이며, 혈흔이 없던 건 두꺼운 군복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물청소 역시 대대장을 맞기 위한 일상적인 준비였다는 입장이었다.

의문사위의 재조사 중 또 하나의 충격적인 단서가 드러났다. 2기 조사관들이 검찰 수사관의 집에서 발견한 ‘D.B.S’라는 파일 때문이었다. 이것은 ‘Dirty, Black, Secret’의 약자였고, 파일에는 감정 의뢰 총번이 바뀐 정황, M16 소총과 탄피의 불일치 등이 담겨 있었다. 국방부는 행정 착오라고 주장했지만, 의문사위는 이를 근거로 허 일병의 총기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조차 확정할 수 없다고 봤고, 다시 한번 타살 결론을 내렸다.

법원에서도 엇갈린 판결이 반복됐다. 2007년 1심은 군 수사 기록의 시간대 모순과 증언 신빙성을 근거로 타살로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자살로 판결했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2015년 대법원은 “초기 수사가 부실해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며 자살도, 타살도 아닌 ‘판단 불가’로 판결을 내렸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31년 만에, 아버지는 ‘알 수 없음’이라는 답변만을 받아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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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허일병 의문사 다루며 41년간 이어진 진실 추적 그린다

“더 이상 죽이지 말아달라”… 울분과 존경, 그리고 시청자의 분노

41년간 외롭게 싸워온 아버지 허영춘 씨는 끝내 눈물을 흘리며 “제일 가슴 아픈 게 자식들을 낳아 먼저 죽게 하는 거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그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우 조수향은 “내 자식이 죽은 것도 슬픈데, 그동안 싸우신 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장성규는 “이들이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위로를 전했다. 장현성 역시 “국방의 의무가 있다면, 국가는 장병들을 건강하게 돌려보내야 할 책임이 있다. 혹여 사고가 생기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장성규는 “유가족이 의문이 있다면 그 의문을 정성껏 풀어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가 아닐까”라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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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꼬무’, 허원근 일병 의문사 다루며 41년간 이어진 진실 추적 그린다

시청자들 반응 “도저히 자살로 보일 수 없다” 분노 이어져

방송이 끝난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꼬꼬무 충격적이야. 저게 어떻게 자살로 결론날 수 있지?”, “와 꼬꼬무 뭐 저런 일이 있었냐”, “저렇게 군대에서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억울한 분들 진짜 많을 것 같다”, “진실을 숨기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이 더 힘들 것이다. 그 고통이 없어지려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한편 SBS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직접 공부하고 느낀 사건의 진실을, 1:1로 이야기 친구에게 전달하는 독특한 구성의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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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방영 예정인 171회를 통해 군 복무 중 의문사한 허원근 일병 사건을 다룰 예정이다. 첫 휴가를 하루 앞두고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 허 일병의 죽음을 군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아버지 허영춘 씨는 이에 의문을 품고 41년간 진실을 추적해왔다. 방송에서는 사건 발생 당시의 수상한 정황들과 엇갈린 증언들, 폐유류고와는 다른 장소에서의 시신 발견, 탄피 수의 변경 등 기존 조사에서 간과되거나 무시된 여러 단서를 조명할 예정이다. 이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 이후 밝혀진 증언과 물증, 국방부와의 충돌, 그리고 결국 대법원에서 ‘판단 불가’로 끝나버린 판결까지 사건의 전말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진실을 찾기 위한 한 아버지의 지난한 여정을 통해, 군의 책임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