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지면 너무 무섭죠. 누가 자꾸 쳐다보잖아요…”라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아파트 주민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연이 잘 보존된 산자락 바로 옆, 조용하고 한적한 아파트 단지. 낮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이곳이지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야심한 밤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수상한 방문자 때문이다.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듯 조심스럽게 아파트 12층을 맴도는 이 의문의 손님.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존재는 놀랍게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수리부엉이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높은 아파트 화단에 둥지를 틀고 새 생명을 품고 있는 부엉이 가족의 사연이 공개된다.

이 수리부엉이 부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심 한복판 아파트까지 날아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둥지 안에서 소중하게 품고 있는 ‘알’ 때문이었다. 어미 수리부엉이는 외부의 위협과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알을 품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파트 12층 화단 한쪽에 자리 잡은 둥지에서 어미는 눈도 떼지 않고 포란에 집중했고, 그 곁에는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빠 수리부엉이가 있었다. 어미를 위해 정성껏 먹이를 사냥해와 건네보지만, 긴장과 예민함이 극에 달한 어미는 남편이 공들여 가져온 먹이에도 무심한 반응을 보인다.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아내의 무관심에 아빠 부엉이는 점점 지쳐가는 듯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어미 부엉이가 꼼짝도 하지 않던 자세를 조금씩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 깨는 소리와 함께 새끼 부엉이의 탄생이 시작된다.

새끼가 태어난 이후에도 어미 부엉이의 돌봄은 끝이 없었다. 먹이를 물어와도 이제는 새끼들 입에 먼저 넣어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아빠 부엉이는 그 옆에서 어색하게 눈치만 살핀다. 어느새 강인한 엄마가 되어버린 어미와 달리, 아빠는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이다. 이런 두 부엉이 사이엔 점차 말 없는 냉기가 감돌기 시작하고, 부엉이 부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제작진은 이러한 수리부엉이 부부의 미묘한 감정선을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정밀한 관찰을 시작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과제가 남았다. 아파트 12층이라는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온 수리부엉이 부부가 과연 위험을 무사히 넘기고 새끼들과 함께 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여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수리부엉이 가족은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치열하고 애틋한 수리부엉이의 육아 현장은 4월 13일 일요일 오전 9시 30분 방송되는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