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오늘도 김새론의 이름을 듣지만, 정작 김새론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녀의 부재 속에서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를 진실공방만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소란은 이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추문들로 가득 차 버렸다.
어제(25일) 김새론의 전 남친이 언론 인터뷰에서 "김새론은 김수현 때문에 죽은 게 아니다"라며 지장까지 찍은 사실확인서를 공개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새론이라는 한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도 김새론에게 묻지 않는다. 그녀가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원했을지. 그녀의 사생활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었을지.
한쪽에서는 김새론의 유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끝없는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다. 가세연은 김수현의 하의 실종 사진을 공개했고, 유튜버 이진호는 전 소속사 관계자와의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김새론의 사생활을 낱낱이 파헤쳤다.
과연 이것이 고인이 바랐을 모습일까? 이 모든 폭로가 김새론의 명예를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김새론의 전 남친 K씨는 인터뷰에서 "새론이가 죽은 건 김수현 배우 때문이 아니란 걸 저는 알고 있다"며 "진실이 가려진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저는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김새론이 가족들의 무관심에 가장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김새론이 자해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가족들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김새론과 김수현을 넘어 연예계 전체로 확산되었다. MBC '굿데이'는 결방을 결정했고, 디즈니+ '넉오프'는 공개가 연기되었다. 지드래곤, 조보아 등 함께 작품을 만든 동료 연예인들도 피해를 입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김새론이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소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망자는 침묵하기에, 그들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말들이 난무한다.
대중의 반응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진실 규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만 좀 해라", "본질을 흐리지 마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건의 본질은 가려지고, 자극적인 내용만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양새다.
김새론이 작성했다는 일기장 등 김수현과의 미성년자 시절 열애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새론의 사생활은 이미 낱낱이 파헤쳐졌고, 그 과정에서 김새론이라는 한 인간의 존엄성은 무참히 짓밟혔다.
김새론의 유족들, 김수현, 그리고 이 논란에 관여한 모든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 모든 소란이 과연 김새론을 위한 것인지.
김새론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변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그녀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망자의 이름으로 시작된 논쟁이 망자를 더욱 깊은 상처로 몰아넣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다.
박지혜 기자 bjh@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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