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LTNS’ 안재홍 “일부러 파격적인 캐릭터만 선택하는 게 아냐, 원래 새로운 것을 좋아해”

임재호 기자
2024-02-02 07:00:03
사진제공: 티빙

독보적인 연기력과 배역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바이브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한다’는 극찬을 받는 배우 안재홍. 이번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 이솜의 남편인 임박사무엘로 분해 5년 차 섹스리스 부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막무가내인 아내 우진의 잔소리도 있는 그대로 다 듣고, 착한 남편 그 자체지만 있는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 않는 어딘가 비밀이 있어 보이는 사무엘을 이번에도 완벽하게 표현해 낸 안재홍. 

여전히 결혼은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한다는 그. ‘LTNS’와 함께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LTNS’가 전편 모두 공개됐다. 작품 어떻게 봤는지 

“이제 막 마지막 회까지 공개가 됐다. 4회에 굉장히 궁금증을 자아내고 끝나지 않나. 마지막 회에 우진-사무엘 부부가 정말 끝까지 가는구나 싶을 정도의 장면이 나오니까 나도 반응이 기대된다. 나도 마지막 회 공개를 기다렸다” 

Q.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파국이다. 정말 이 부부가 끝까지 가는 모습이 5, 6화에 다 담겨있어 혈압을 주의하셨으면 한다. 재미있게 뜨거운 매운맛을 잘 즐겨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구성, 소재를 담고 있는 작품이고, 새로운 시도도 많다. 6화에는 집 안에서 비가 쏟아지는데 격렬하게 서로를 공격하고, 아프게 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어서 새로운 맛을 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결말에 만족하기보다는, 그냥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대본이 담고 있는 롤러코스터를 충실히,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Q. 정신적인 불륜도 불륜이라고 보는지, 어떤 부분에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을 것 같나 

“정신적 외도 역시 외도다. 사무엘이라는 인물은, 내가 연기했던 인물 중에 이렇게 입체적인 인물은 처음이라고 느낄 정도다. 시청자들이 사무엘이라는 인물 자체를 보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 처음에 순둥한 남편 같은 사무엘이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다가 인물을 따라가다 보니 정신적 외도를 하고 있었다. 그 결핍을 우진 아닌 다른 누군가와 나누고 있었다는 게 사실은 이 인물이 굉장히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많은 복선들이 녹아있고, 분명히 정서적인 외도라고 생각한다. 우진과 사무엘이 거실에서 비를 맞으며 격렬하게 싸울 때 창 밖에서 돌이 날아온다. 1화부터 시작됐던 부부의 이야기가 돌이 되어 날아왔다고 느껴졌다” 

Q. 이솜 배우와 벌써 세 번째 작품이다. ‘소공녀’에서 연인, ‘LTNS’에선 부부다. 연기적으로 어땠나 

“오히려 굉장히 새롭고, 신선했다. ‘소공녀’에서는 한 가지의 극명한 감정만을 가져가는 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틋함을 안고 있는 한 연인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같이 했던 단편 영화는 헤어짐을 맞이하는 연인의 먹먹한 감정을 담았다. ‘LTNS’를 하며 신선했던 건 한 부부의 설렘부터 경멸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한 배우와 다양하게 연기하면서 굉장히 이번이야 말로 이솜 배우를 제대로 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굉장히 새로웠다. 두 작품을 같이 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친분을 오히려 경계했다. 마지막에 상처되는 말들을 쏟아낼 땐, 오히려 액션과 같이 칼싸움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액션 같았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드릴 수 있단 게 참 신선했던 작업이다”

Q. 친한 이솜과 농도 짙은 스킨십 장면도 소화해야 했는데. 촬영할 땐 어땠나 

“액션 영화를 촬영하는 기분이었다. 액션도 합이 중요하지 않나. 카메라와의 호흡도 중요했고, 액션 영화를 찍는 듯한 체력도 요구된다. 그런 합을 가지고 연기했고,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 

Q. 스킨십 장면을 거의 이솜이 리드했는데. 리드받는 입장에선 어땠나 

“크게 다름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장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이 굉장하기 때문에 고 텐션을 유지하면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제공: 티빙

Q.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는데 

“마스크걸 ‘주오남’을 연기하고 은퇴설이 돌았다(웃음). 다 내려놓고 연기했구나 싶었다. 굉장한 칭찬의 말이라는 걸 깨닫고 기뻤다. 모든 걸 이 인물에 쏟아붓고 이런 칭찬을 듣는다는 게 너무 좋았다. 요즘도 이런 칭찬이 조금 들리는데 참 감사하게 느끼고, 정말 이렇게 치열하게 찍었던 작품이 뜨거운 반응으로 체감될 때,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인 것 같다” 

Q. 부담감은 없는지 

“내가 은퇴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까(웃음). 오래오래 연기하고 여러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싶다.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뜨거운 환호로 느껴졌다”

Q. 이번에 이솜도 함께 은퇴작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는데. 어떤가 

“이솜 배우도 은퇴설이 돈다는 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인 것 같다. 농담이다(웃음). 진심을 말씀드리면, 우진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며 너무 어렵고 힘들 거라는 걸 알고 너무 멋지게 소화했기에 많은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다” 

Q. 주오남도 파격적이었지만, 사무엘도 충격적이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오늘 5-6회가 공개되니까 이제부터 진짜 반응을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다. 주변에서 너무 재밌다고, 찰떡같이 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좋다” 

Q. 우진은 육체적 바람, 사무엘은 정신적 바람을 피웠다. 안재홍 배우님의 입장에선 누가 더 잘못했나 

“사무엘은 정서적 외도, 우진은 육체적 외도를 했다. 둘이 격렬하게 대립을 하고 정말 끝까지 가는 싸움을 보이고 결말을 맞게 된다. 그 두 부분에 있어서 우열을 가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니까 정신적, 육체적 사랑이 함께 갔을 때 완전한 사랑이라고 얘기하듯이, 이걸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 같다. 결국 사무엘과 우진이 한 덩어리란 생각을 많이 한다. 그걸 의도적으로 떼어서 두 입장을 봤을 때 보시는 분들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다양한 마음이 들 것 같다. 뭐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거 같다”

Q. 여러 외도 사례가 나오는데 가장 기가 막힌 에피소드나 대사 

“아무래도 1회에 이학주 배우의 ‘사랑은 2개 까지야, 명심해’라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 드라마의 문을 여는 대사인 것 같다” 

Q. 되게 신선한 드라마라는 평이 많은데 대본 처음 받았을 땐 어땠나 

“정말 새로웠고, 독창적이었다. 닮은 드라마를 찾질 못했다. 광기가 흐르는 대본이었다. 전고운 감독님께서 처음에 제안을 하실 때 어른들이 보는 잡지 같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는데, 작품을 끝까지 촬영하면서 와닿았다. 색다르고 매운 재미가 있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사진제공: 티빙

Q. 작품 선택 기준 

“꼭 파격적인 캐릭터만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Q. 이솜은 이번 작품을 찍으며 결혼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안재홍은 어떤가 

“난 여전하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거 같다. 감정이 많이 다르더라. 연인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와 부부로서 표현할 때의 깊이감이 굉장히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던 것 같다. 6부 마지막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우진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에서 ‘만나는 남자 없어?’ 이런 말을 하는 걸 보고 ‘난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둘이 그렇게 싸웠는데 이제 못 할 말이 있겠냐’고 하셨다. 그런 대화들을 이어가는 게 더 부부처럼 보이는 거 같다. 확실히 결혼한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좀 더 뜨거운 거 같다”

Q. 이 작품 이후 결혼을 하고 싶어 졌는지, 하기 싫어졌는지 궁금하다. 하고 싶다면 어떤 남편이 되고 싶은지 

“1회 정도에 나오는 사무엘 같은 남편이 되고 싶다(웃음)” 

Q. 극 중 이름이 ‘임박사무엘’이라 특이한데 

“작품에 나오진 않는데, 스스로 개명을 한 설정이다. 어머니의 성을 넣어서 ‘임박사무엘’로 바꾼 설정이다. 드라마에선 굳이 설정하고나 언급하진 않는다. 그런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캐릭터다. 사무엘은 크게 언급되진 않지만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표출하지 않는 열등감이 저변에 깔려있다. 스타트업을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굉장한 자괴감도 있는 인물이다. 누나가 세 명 있다는 설정도 그렇다. 그런 가정에서 자랐단 설정이 모두 알려주진 않지만 잘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 인물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대본에서도 이 인물에 대한 실루엣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Q. ‘멜로가 체질’ 땐 훈훈한 모습도 보여줬는데 그 이후의 행보는 너무 파격적이고, 비호감인 캐릭터를 많이 한다. 개인적 선택인지 

“의도된 부분은 전혀 없다. 뭔가 운명 같다. 언제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는 모른다. 참 운명 같았고, ‘주오남’이라는 마스크걸 속 음침한 인물을 제안받았을 때도 오히려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았다. 너무 새로운,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임했다. ‘LTNS’의 ‘임박사무엘’이라는 인물도 운명처럼 만난 것 같다. 매 작품마다 그 작품에 맞는 언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임박사무엘이 가진 화법은 무엇일까를 굉장히 고민 많이 했다. 이 인물을 어떻게 해야 흥미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이 인물만큼은 인물 자체가 이야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의도적으로 훈남을 피하는 건 아니다”

Q. 이혼을 하고 오피스텔 방문을 열었을 때 이솜은 굉장히 울컥했다고 말했다. 

“재회 장면을 찍을 때 사실 사랑의 여러 감정들이 있겠지만, 재회만큼 뜨거운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둘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일지, 끝을 본 부부가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런 감정들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사무엘만큼 우진을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Q. 격한 액션씬이나 바다 수영, 맞는 장면 등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힘들었던 것 

“원래 처음 계획은 ‘우진’이 바다를 건너는 거였다. 근데 이솜 배우가 수영을 못 한다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근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수영과 관계가 없었다. 그 장면의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 

Q. 연출도 하는데, 안재홍 배우가 보기에 두 감독은 어떤 연출가인 거 같은지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고,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 생각하고 바라봤는지 가늠이 안 갔다. 전고운 감독님은 대학교 한 학번 선배다. ‘LTNS’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놀랐다. 대학생 때 거의 단편 영화 작업을 하다가 처음으로 옆 학교 분들과 작업을 했는데 그때 감독님이 임대형 감독님이었다. 많이 놀라고 배웠다” 

Q. 캐릭터와 본체의 캐릭터가 많이 다르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 

“매 캐릭터가 다 거리감이 있었다. 이 인물을 만들면서 어딘가에 있는, 실존하는 인물처럼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특히나 ‘LTNS’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면 안 들수록 관객분들의 몰입도가 커질 거 같았다. 굉장히 일상적인, 사소한 순간부터 장르적인 얼굴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줘야 하기에 인물을 폭넓게 가져가고 싶었다”

Q. ‘마스크걸’ 이후 바로 ‘LTNS’다. 캐릭터가 너무 강렬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려는 없었나 

“부담은 없다. 다음 작품엔 그 작품의 캐릭터에 충실하게 연기하면 되니까 부담이나 미리 걱정하진 않는다” 

사진제공: 티빙

Q. 이솜 배우와 네 번째 호흡도 생각하고 있나 

“다음엔 부모 역할로 만나면 재밌겠다고 우스갯소리도 한 적 있다. 이야기를 현장에서 재미로 했었다. 그때도 꼭 전고운 감독님이나 임대형 감독님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수위가 강한 대사가 있는데 힘들 땐 없었는지 

“정말 수위가 셌는데, 완화하거나 수위를 낮추면 이 말이 가진 에지를 못 살릴 것 같았다. 그리고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오히려 화끈하면 보다가 딱 꽂힐 수 있는데, 애매하면 보기 더 불편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대본대로 더 자연스럽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고, 이 부부가 정말 실재하듯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부 전화 상황극 장면에서 정말 이 부부가 놀이하듯이 하는 그런 순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Q. ‘아이시떼루’를 넘는 대사는 있는 거 같나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있나?(웃음) 이 작품에서도 굉장히 애드리브가 많이 있다. 장면을 리허설할 때도 인위적인 순간들을 갖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대사를 주고받았다. 떠오르는 대사가 있으면 녹여내기도 하고, 동선을 바꾸기도 하면서 촬영해 나갔다” 

Q. ‘소공녀’ 팬들이 이 작품을 많이 기다렸다. 너무 파격적인데 팬들 반응은 어떤가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1-2화가 상영됐는데, 그때 ‘소공녀’ 팬분들이 많이 왔는데 많이 놀라시더라. 그게 GV 내내 느껴졌다. 놀라움을 드리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방 차원에서 감독님이 가족과 보지 말라고 얘기했다”

Q.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 

“처음에 범죄 장르 상황극인 줄 알았다. 대본을 봤는데 단순히 그게 아니라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영끌족’의 마음부터, 불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녹아져 있다고 생각했다. 표면적으론 불륜 커플을 추적하는 섹스리스 부부의 이야기지만 이 안에 담긴 이야기가 수십 가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꼭 다 느끼지 않아도 괜찮지만, 느끼면 새로운 감정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가 쉽지는 않다. 이 작품을 보는 분들이 우리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로 느끼신다면 배우로서 매우 뿌듯할 것 같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나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매번 놀라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드는 배우 안재홍, 그가 이솜과 선보이는 부부 케미스트리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티빙에서 ‘LTNS’ 전편을 만나보자.

글 임재호 기자 mirage0613@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