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태풍 힌남노는 우리나라에 상륙도 하기전에 먼저 강풍과 함께 비구름을 보냈다. 물론 이동경로와 세력 등 기상청 예측도 몇 번이나 바꾸게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음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태풍 힌남노가 남긴 몇가지를 보면 그놈은 대단했다.
오늘(6일) 제11호 태풍 한남노는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에 상륙해 한반도를 덮치고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육상에서 머문 시간은 고작 2시간 20분이었다. 하지만 아주 긴 새벽과 아침이었다. 어제 잠못이룬 밤을 생각하면, 마치 재난영화 같았던 하루다.

애초 예측에서는 관측 이래 최고 강도의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 2022년 태풍 힌남노는 중심기압만 놓고 봤을 때 역대 3번째 태풍으로 기록됐다. 역대 2위 강도였던 매미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중심기압 대비 풍속이 느렸고 한반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지나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끼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의 최저해면기압은 부산 오륙도에서 오전 5시 53분 관측한 955.9hPa이다. 역대 1위인 1959년 ‘사라’(951.5hPa), 2위 2003년 ‘매미’(954.0hPa)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역대 3위 중심기압에 비해 바람의 세기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힌남노의 최대풍속은 경남 통영시 매물도에서 기록한 초속 37.4m정도다.
1위 매미(초속 51.1m), 2위 차바(초속 49m), 3위 쁘라삐룬(초속 47.4m)은 물론 2020년 마이삭(초속 45m)에 미치지 못하는 역대 8위의 강도다.
이번 2022년 11호 태풍 힌남노는 지난 4일부터 오늘(6일) 오후 3시까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산간 1059mm, 경주시 토함산 483.5mm, 포항시 466.1mm, 울산시 422.5mm 등으로 기록됐다. 제주와 경북에 아주 많은 비를 뿌렸다.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태풍 매미나 마이삭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엄청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지만, 전국에 침수·강풍·정전 피해가 잇따랐다.
포항과 경주, 울산에서는 폭우 속에 2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전봇대가 쓰러지거나 냉장고가 날아갔고 전국에서 8만9180호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경주에서는 주택 토사 유입으로 80대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고,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는 오전 7시 58분쯤 도로에서 70대 여성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한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 남구 오천읍의 천변에 자리잡은 한 풀빌라 건물이 통째로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공장에서 불이 나 회사 등이 태풍과 화재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일부 소식에 의하면 태풍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남해안에는 돌덩이와 냉장고가 바람에 날아가는 등 강풍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에서는 전날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육상에 세워둔 보트가 날아가 안전 조치를 취했고,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시 서귀포항에서 식당 냉장고가 다리 인근으로 날아간 채 발견됐다.
부산에서는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침수된 도로에 갇힌 운전자가 구조되는가 하면 비바람에 따른 112신고가 132건 접수됐다.
강풍으로 인해 이날 오전 6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 1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kW급) 터빈 발전기 가동이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강풍으로 인한 전력설비 이상을 원인으로 추정했고 터빈 발전기 정지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경남 밀양에서도 강풍에 전신주 5주가 쓰러지고 남해에서는 한국전력 남해변전소가 침수돼 소방당국이 안전 조치를 했다. 신안군 흑산면 선착장, 여수 돌산읍과 완도 보길면 방파제 등 어항시설 3곳이 파손됐고 여수에서 부잔교 9개가 부서졌다.
힌남노가 북상 중 작은 태풍을 흡수해 위력이 더 커지면서 강풍으로 인한 정전이 전국에서 속출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 3시까지 부산·울산, 대구, 제주, 광주·전남, 경남 등에서 총 8만9180호(199건)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88.5%인 7만8890가구가 복구됐으며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대본에 따르면 산사태·침수 위험으로 전국에서 2661세대 2463명이 사전 대피했으며 현재 2141세대 2906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시 대피자는 경남 1621명, 전남 697명, 부산 379명 등으로 숙박시설, 마을회관 등 임시주거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주택 파손으로 인한 이재민은 서울 2세대 3명이다. 농작물 피해는 경남 477㏊, 전남 411㏊, 제주 280㏊, 경북 115ha 등 총 1320㏊이며 추가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항공기와 열차는 이날 오전 들어 대부분 운항을 재개했으나 여객선은 연안여객선과 국제여객선을 포함해 122개 항로 183척의 운항이 통제 중이다.
라이프팀 기사제보 life@bn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