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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보다는 감정이 앞설, ‘헤어질 결심’

박찬 기자
2022-06-21 2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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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CJ ENM

오늘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개최되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하 박 감독)이 ‘아가씨’를 공개한 이후로 약 6년 만에 나오는 그의 11번째 장편 영화다. 이와 더불어 그에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선사해, 개인으로서도 더없이 귀중한 발자취를 새긴 작품이기도 하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박해일, ‘장해준’ 역)가 사망자의 아내(탕웨이, ‘송서래’ 역)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는다는 내용은 피상적으로는 클리셰적 요소가 묻어나지만, 막상 인물들 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그 판단은 금세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산’과 ‘바다’, ‘부산’과 ‘이포’, 그 두 가지 배경을 오가며 진행되는 챕터는 인물들 간의 감정적 변화와 더불어 작품 속 서사를 극적으로 뒤집어놓기 때문.

영화 상영이 끝나자 박 감독을 비롯한 두 주연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는 작품에 임한 소감을 드러냈다. 그 첫 번째로,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고자 했다” 성인들 간의 감정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오히려 자극적인 요소를 줄였다는 박 감독의 말.

그는 두 주연 배역의 감정적 서사를 그린 소감으로 “젊을 때는 보이는 대로 표현하고 살 수 있지만, 나이가 들다 보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워질 때가 있다. 그런 형편에 놓인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을까’, ‘참기 힘든 그 감정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송서래’가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거라고 예상한다. 이런 부류의 영화는 사실 흔한 소재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흘러가는구나’라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며 “도덕적 관념을 뛰어넘는 사랑을 하는 ‘송서래’를 보며 관객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얻어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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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CJ ENM

그렇다면 ‘송서래’는 언제부터 ‘장해준’을 사랑하게 된 걸까.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게 라이터에 불이 켜지듯 한 번에 시작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서서히 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수사가 종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에도 계속 함께한 걸 생각하면 서래의 사랑은 자신이 인정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담담히 답해나갔다.

추가로 그는 “마지막 바다가 나오는 엔딩은 동해안에서 발견한 바위와 서해안의 석양을 꼭 함께 촬영하고 싶었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과정이었지만 욕심 때문에 두 곳 모두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라고 그 촬영 비화를 소개했다. “만조는 꼭 그 날짜에 촬영해야 했기에 진지하게 임했고, 파도가 그렇게 넘실거렸던 극적인 효과를 드러낼 수 있어서 큰 행운”이라며 덧붙이기도.

한편 이포의 여자 형사인 ‘여연수’ 역인 김신영을 캐스팅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산의 후배 형사인 ‘오수완(고경표)’과는 상반된 역할이다. 원래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은 연기도 잘한다는 생각에 함께 작업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보배 같은 요소”라고 칭찬한 그였다.

극 중 편집증적 요소가 다분한 형사 ‘장해준’을 연기한 박해일. 그는 이번 작품 촬영이 기존의 멜로와 다른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수사극 안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되고, 그가 진범일 거라는 확신에 차지만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관계가 조심스러운 만큼 감정을 조금씩 숨기며 나아갔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박찬욱 감독과의 첫 접점에 대해선 “2000년대 초반부터 사석에서 만나며, 그 짧은 조우들이 누적되며 관계가 생겼다. 특히 ‘소년, 천국에 가다’에 각본가로 참여하셨을 때 첫 접점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촬영을 진행하며 박 감독의 디렉팅은 어땠는지 묻자 “모호하고 미묘한 감정 표현들을 순간순간 만들어 갈 때마다 감정적인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아왔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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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CJ ENM

그가 가장 고되게 촬영했을 바닷가 엔딩 장면. 박해일은 이 장면에 대해 “‘장해준’ 자체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많은 고생을 하는 캐릭터”라며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특히 힘들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 속 시원하다. 극 중 넘어지는 장면은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동료 형사로서 고경표와의 새로운 접점을 보여준 그. 박해일은 함께 출연한 배우 고경표에 대해 “10년 전에 우연히 길가에서 만나 처음으로 인사한 적 있었는데, 키도 크고 멀끔한데 구수하고 따스한 부분이 있더라. 박찬욱 감독님께 고경표의 캐스팅 제의를 듣고 기뻤다. 아직 보여줄 매력이 더 많은 친구”라며 애틋함을 표했다.

이어 “박용우 선배의 경우에는 작품에서 처음 만나 뵙게 되어 굉장히 반가웠고, 이정현 배우 또한 부부로 함께 출연해 편한 마음으로 임했다. 이번에 2세 출산하신 것을 정말 축하드린다”라며 그 진심을 전했다.

작품에 대해서 그는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밀려오는 후회나 상실감이 있지 않나. 결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열어두고 싶다. 한번 보고 났을 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결말은 아니겠구나 싶다.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두고두고 나이를 먹어가며 다시 볼 것”이라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극 중 또 다른 주연인 ‘송서래’ 역의 탕웨이의 소감도 이어졌다. “나이가 들면서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 성숙해지지 않나. ‘송서래’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드러내기 힘든 인물”이라며 “만났다 하더라도 숨기고, 그 숨길 때마다 더 크게 감정에 와닿았다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한국어를 잘못하는데, 소리 없는 감정의 표현이 더 극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촬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대해서 “대사를 위해 고급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초급부터 다시 배워보고 싶다”라며 “외국어로 연기하는 과정은 매우 특별한 추억이다. 머리 속에 한국어, 중국어의 뜻을 한꺼번에 담아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모습이 신비롭게 보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무대 연극을 출연했던 배우로서 암벽 등반 세트장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요소가 결합해 흥미로웠다”라고 그 모습을 회상했다.

작품에 대해서 탕웨이는 “이 작품 안에 굉장히 많은 요소가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블랙 코미디, 복고풍 무드, 현대적 무드, 탐정 수사극임에도 멜로적인 무드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분들이 교묘히 조합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송서래’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순간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설정하신 중요한 지점이 있을 테니 아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포착해나가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탕웨이는 결말에 대해서 “너무 깊은 해석을 하지 말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더 좋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추측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박해일과 탕웨이, 그리고 박찬욱이 완성한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박찬 기자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