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기자] 작지만 큰 영화가 개봉한다.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의 언론시사회가 9월5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의석 감독, 전여빈, 서영화, 고원희, 서현우, 이봄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죄 많은 소녀’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서 ‘뉴 커런츠 상’ ‘올해의 배우상’을 품에 안은 2018년 가장 빛나는 데뷔작이다.
김의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그의 자전적 이야기다. 작품의 토대가 된 경험을 묻는 질문에 감독은 “음”이라며 하늘을 쳐다본 뒤, “이거는 되게 소중한 친구를 잃고 그 친구.. 죄송하다. 너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까 봐 (말을 끊었다)”고 했다.
감독은 “영화와 비슷한 시작이었다. 실종된 상태였다. 암묵적으로 친구가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한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내가 충격을 받았던 거 같다”고 운을 뗐다. 그가 지금 너무 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물은 김의석 감독은,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내가 사랑했던 친구인데 그를 완벽하게 옹호해주지 못하고 내가 내 변호를 하는 모습까지 봤다”고 했다.
이어 김의석 감독은 “이야기는 허구다. 그때 내 감정이 어떤 시작이 된 거 같다”며, “‘아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조립돼 있구나. 생각한 것보다 비열하고 치졸한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그걸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캐릭터에 쪼개서 담았다”며, “누가 느끼라고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죄책감을 떠안는, 근데 그걸 또 견디지 못해서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는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그가 보여주고 싶은 바를 알렸다.
이어 김의석 감독은 “배우 분들 연기를 ‘결백하기 때문에 발악하는구나’로 생각하는 것보다, 역할이 안고 있는 죄책감의 무게를 소화해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면 연기를 더 잘 이해하고 작품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고 당부를 건넸다.

작품서 전여빈은 친구가 사라진 후 모두에게 가해자로 의심받는 영희를 연기했다. ‘죄 많은 소녀’는 쉬운 영화가 아니다. 배우의 영희 연기 역시 쉬운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
전여빈은 “영희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며, “‘죄 많은 소녀’의 영희로 존재하기 위해선 사건의 무게, 죄책감을 놓치면 절대 안 됐다”고 그가 생각한 영희 연기의 주안점을 말했다. 그는 “완전히 찢겨져서 더 찢겨질 데가 없는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하려고 애를 썼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를 통해서 영희란 캐릭터를 놓지 않으려고, 계속 잡으려고 애썼다”고 배우와 배역의 일체화 노력을 전했다.
고원희는 진심을 숨겨야 하는 친구 한솔을 표현했다. 한솔의 의미심장한 증언은 세상이 영희를 의심하게 만든다. 고원희는 앞서 이봄이 주변에 자살한 친구나 비슷한 경험이 없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뒤, “개인적으로 그런 일을 많이 겪었다”고 입을 열었다.
‘죄 많은 소녀’는 전여빈의 영화고, 동시에 서영화의 영화다. 배우는 딸 실종 이유가 영희에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경민 모(母)를 연기했다.
작품은 프리 프로덕션 때 리딩이나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한 번 할 때 확실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배우들이 최대한 감정을 유지하며 순서대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영화는 “(순서대로 촬영하는 방식이) 도움이 됐다”며, “시간의 흐름 속에 사람이 피폐해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관계가 변하더라”고 했다.
한편, 김의석 감독은 “자본의 영향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영화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영화 ‘명당’ ‘협상’ ‘안시성’ 등 대자본 영화가 개봉을 앞둔 9월 극장가서 ‘죄 많은 소녀’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하다. 9월13일 개봉.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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