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기자] 1월17일 ‘그것만이 내 세상’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은? 물론, ‘스포’는 없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특징이 많은 작품이다. 먼저 이 영화는 ‘공조’를 만든 제작사 JK필름의 또 다른 1월 개봉작이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배우 이병헌, 박정민이다. “어떤 영화제에 가든 신인상은 박정민이었다”라는 이병헌의 말처럼 두 사람은 2016년 각각 ‘내부자들’과 ‘동주’로 한국 영화계를 그들의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더불어 영화계가 사랑한 서번트 증후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사회성은 떨어지나 특정 부분에서 우수함을 가지는 증후군이다. 1988년작 ‘레인 맨’을 떠올리면 된다.
서번트 증후군의 동생 오진태 그리고 ‘난생 처음 봤는데 동...생이라고?!’로 묘사되는 형 김조하. 고백하건대 JK필름의 또 다른 레퍼런스는 배우 더스틴 호프만에게 ‘제6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레인 맨’인 듯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줄넘기를 하는 전(前)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 김조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는 “미국 나이 서른여덟”이란 말로 요약되는 과거의 복서다. 동시에 “복싱하는 사람”이란 말을 달고 사는 자긍심 가득한 복서다. 김조하는 우연히 엄마 주인숙(윤여정)과 재회 후 동생 오진태(박정민)를 만난다. 오진태는 피아노에 재능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 2급 장애인. “요즘 공짜 숙식 제공 진짜 잘 없다”라는 친구의 말에도 불구 김조하는 엄마가 불편하기만 하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형제의 재회 그리고 피아노에 능숙한 서번트 증후군 동생이란 설정은 정말 ‘레인 맨’을 떠올리게 한다. 부모와 비장애인 아들의 반목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클래식 자동차를 몰래 운전한 죄로 유치장에 갇힌 ‘레인 맨’ 찰리(톰 크루즈)와 그의 아버지 사이 갈등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서번트 증후군’ 장르의 영화는 포커스를 동생 오진태 대신 형 김조하에게 맞추는 승부수를 띄운다. 그가 정말 서번트 증후군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제일 빛났던 ‘레인 맨’과의 차별점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연기는 박정민의 것이다. 그는 언론시사회에서 자폐성 장애 2급-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와 서번트 증후군은 동의어가 아니다.-의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존중의 취지로 봉사 활동을 가졌다고 알렸다. 더불어 제작보고회에서도 “다른 모습에 대한 존중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접근 방법을 소개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성공 이후 자폐성 장애인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희화화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배려와 존중을 지닌 배우의 연기는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정확히 다가온다.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고, 눈물을 주는 뻔한 공식은 영화사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된 거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그런 영화를 찾는 것은 감동의 색깔, 깊이,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언론시사회 이병헌 대답 중 한 단락이다. 서번트 증후군 연기로 촉발되지 않은 눈물은 아들 김조하와 엄마 주인숙의 갈등과 화해 속에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인숙의 위기를 초중반부터 알린다. 눈치가 느린 이도 알아챌 만큼 노골적이다. 만약 후반부를 놓친 관객이라면 결말을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결말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란 말이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과정이 중요한 영화다. 동생 오진태의 피아노 연주 속에 형 김조하는 잊고 지냈던 과거를 떠올린다. 그 누구보다 미웠던 엄마고, 난생 처음 보는 동생이지만 결국 세 사람은 가족으로 뭉친다. 엄마도 밉고, 아빠도 미운 그 시절 중학생은 과거의 망령에 맞서 속 시원히 하고픈 말을 다 한다. 증오의 대상이 연민과 사랑의 대상으로 변하는 것은 ‘뻔한’ 공식이다. 그럼에도 등을 떼면 쩍 소리가 날만큼 일상과 가까운 역할에 힘입어 이병헌의 연기는 ‘뻔함’을 눈물로 만든다.
신파도 이 정도면 납득이 간다. 역시 눈물의 촉매제는 배우의 호연이다. 더불어 윤여정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다. 그는 “보니까 내가 제일 못했다. 둘(이병헌, 박정민)이 제일 잘했다”라는 말로 겸손을 보였지만, 두 손이 마주쳐야 나는 손뼉 소리처럼 윤여정이 없었다면 이병헌의 호연도 없었다. 홍마담을 표현한 김성령은 작품의 웃음보다. 웃음에 깐깐한 취재진도 그의 대사 덕에 두 번을 웃었다. 한지민은 피아니스트 한가율을 연기했다. 그의 인물 해석은 가족 화해극 속에 희생됐지만, 피아노 연주에 쏟은 그의 노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오진태의 피아노 연주 신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조하는 눈물을 흘린다. 이에 그것이 감동의 것인지, 슬픔의 것인지 묻자 이병헌은 ‘그것만이 내 세상’을 끝까지 본 이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언급했다. 분명 기자 가슴에 와 닿은 감정은 하나였는데 말이다. 이병헌은 어떤 감정이 관객에게 닿을지 알 길이 없으니 배우는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그런 영화다. 가족의 신파만 보일 수도, 김조하의 쓸쓸함이 보일 수도. 음미 속에 작품은 부피를 팽창한다. 하지만 해석이 없으면 일미만 느껴진다.
◆개봉 첫 주말을 맞이한 두 편의 영화를 함께 고민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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