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보석 인터뷰] 대한민국 인디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들의 ‘흐물흐물’한 음악이야기

2014-06-09 14:24:19

[윤소영 기자]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한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기사를 시작하려고 결심하는 데에만 무려 삼 주가 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무표정 얼굴, 이상하게 기분 나쁘지 않은 무뚝뚝한 단답형 말투. 자신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들은 정말 특이했다.

음악을 하는 이유, 추구하는 음악 등의 보편적인 질문을 하자, 구남은 30초정도 고민 하는 듯하더니 “재미있어서요” “좋아서요”라고 민망할 정도로 짧게 답했다. 마치 그들에게 ‘초콜릿을 왜 먹어요?’ ‘어떤 맛을 좋아해요?’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한 듯한 기분이 들어 더 이상 깊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20년 지기 친구인 조웅과 임병학의 듀엣으로 시작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2007년 느릿느릿한 한국 장단의 리듬을 록에 접목시킨 첫 앨범 ‘우리는 깨끗하다’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한다. 5, 60년대 한국가요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 너무 촌스러워 세련된 컴퓨터 사운드, 단순하면서 철학적인 가사로 구남은 인디신을 넘어 한국 음악계에서 라이벌도, 유사밴드도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2년 구남은 2집 ‘우정모텔’ 발매와 함께 박태식(드럼), 김나언(키보드)를 영입하여 밴드사운드를 접목시킨다. 현재 그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옛 한국 가요의 정서가 깃든 그들만의 ‘빈티지록’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 그들은 자신들의 노래만큼 자유롭고 ‘건강하고 긴 삶’을 살고 있었다. 한산한 목요일 오후 카페에 앉아 보편적인 단어들로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의 음악과 인생스토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Q. 밴드 이름이 특이하고 어렵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뜻은 무엇인가?
조웅:
말 그대로 ‘옛날에 한 남자와 여자가 스텔라를 타고 다녔다’라는 뜻이다. 스텔라는 80년대 유행했던 국산 승용차인데 어렸을 적 내 아버지께서, 병학이 어머니께서 타셨던 차다. 우린 그 시절 그 차를 타고 달리며 듣던 음악이 좋았다. 미국, 영국 음악을 모방한 음악이 아닌, 한국가요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음악을 하고 싶어 지은 이름이다.

Q. 그럼 구남은 빈티지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인가?

‘이런 음악을 해야겠다’하는 전제는 없다. 어렸을 적부터 몸에 베어있는, 즐겨 들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에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악기는 빈티지한 것을 좋아한다. 지금 우리가 쓰는 기타도 매우 오래된 5,60년대 모델인데 최신 모델에서 나올 수 없는 옛날 사운드를 낸다.

Q. 맴버들마다 사자성어 같은 특이한 닉네임을 갖고 있던데?
조웅은 ‘조브라웅’, 임병학은 ‘임꼭병학’, 김나언은 ‘웃낌나언젠가’, 박태식은 ‘호박태식탁’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Q. 20년 지기 친구 조웅과 임병학,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
조웅: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임병학을 매점에서 처음 봤는데 교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막 살 것(?)같은 친구라는 느낌이 들어 친해지고 싶었다(웃음). 친구들끼리 밴드를 하고 있었던 때라 같이 음악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도 마침 혼자 음악을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우리 둘만 남아 이렇게 막살고 있다(웃음).

Q.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처음부터 프로 뮤지션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같이 술장사를 할 때 심심해서 레코딩을 하고 곡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들려주곤 했는데, 문득 ‘이 노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 소속 레이블인 ‘카바레사운드’에 직접 데모를 들고 찾아갔지만 일 년 동안 연락이 없었다. ‘관두고 외국이나 가자’하는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떠나기 한달 전에 그들에게서 앨범작업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앨범 한번 내보고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의욕도 생기고 욕심도 생겨 첫 앨범을 작업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음악만을 하고 있었다.

Q. 가사가 매우 철학적이고 함축적이다. 가사를 지을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그냥 경험한 것, 구경한 것, 기억나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그냥 몇 시간 만에 툭 만들어 지는 노래도 있고 오래 생각하고 다듬어서 만들어지는 노래도 있는데, 대부분 오래 걸리는 것들은 억지스러운 노래가 돼서 버리게 된다.

Q. 구남 음악은 섹시하다는 찬사를 많이 듣는데, 인정하는가?
우리 음악이 흐물흐물, 끈적끈적, 출렁출렁(?)해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이런 그루브를 갖는 음악은 흑인음악이 대부분이었고, 요즘은 이런 스타일의 음악 보다는 비트감 있는 노래가 유행이다 보니 우리를 신선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다.

Q. 자신의 곡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 있다면?
2집 ‘우정모텔’ 수록곡인 ‘장단’. 해외공연을 할 때마다 밴드의 대표곡을 물어보는데 항상 ‘장단’이라고 대답한다. 우리나라 장단 리듬을 베이스로 한 곡으로 한국의 정서와 구남의 유니크함이 잘 표현된 노래다.


Q. 최근 돈 주고 산 앨범, 또는 자주 즐겨 듣는 뮤지션
‘라디오헤드(Radio Head)’의 리더 톰요크(Tom York)가 주축인 프로젝트 그룹 '아톰스 포 피스(Atoms For Peace)'의 데뷔 앨범 ‘아모크(AMOK), 더티 프로젝터스(Dirty Projectors)의 2014 신보 ‘스윙 로 마젤란 (Swing Lo Magellan)’. 좋아하는 뮤지션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우리나라 7080 록음악, 민요도 즐겨 듣는다.

Q. 음악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뭘 하나?
잠, 술, 영화, 데이트. 취미는 ‘술마시기’다. 연남동, 연희동, 망원동 근처에서 놀고 있는 우리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웃음).

Q. 구남이 생각하는 ‘인디’의 정의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외부 자본에서 독립하여 시장과 자본의 메커니즘에서 요구하는 게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인디 뮤지션’이라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는 성공하려면 TV에 나와야 하는 왜곡된 문화가 있다. 현재 한국 음반계는 TV의 의존도가 너무 커져버려서 어느새 음악은 TV에 나오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되어 버린 것 같다. 음악은 음악으로 서 있는 것이다. 어느 폼에 맞춰서 기획된 뮤지션이 아닌 스스로 발상한 것을 만들어서, 스스로 소비자를 만드는, 그런 시스템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인디’라고 칭하고 싶다.

Q. 그래도 ‘메이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조금도 없나?
한국에서는 ‘메이저’와 ‘인디’의 정의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TV 출연이 많은 음악인들을 ‘메이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TV프레임에 들어가기 힘든, 소위 ‘비방용 밴드’ 인 것 같다. 나쁜 사람들은 아닌데 (웃음), 말이나 몸짓 하나하나에 조심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 우리는 검열이 될 여지가 많은 사람들이다 (웃음). TV 말고도 우리의 음악을 알리고 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시장에 맞춰진 방향, 음악이 아닌 그냥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우리 방식대로 하고 싶다.

Q. 첫 앨범은 2년, 두 번째 앨범은 4년, 앨범 발매 텀이 매우 긴 것 같다.
음반 작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공연하는 것이 더 좋아 공연에 노력과 시간을 더 많이 쏟는 편이다. 일 년에 약 100여 회 정도의 국, 내외 공연을 하는데 라이브 무대가 주는 그 순간적인 행복이 좋다. 술을 만드는 것보다 마시는 게 더 좋은 것처럼, 예쁜 여자를 남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보다 내가 만나는 게 더 좋은 것처럼,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무대에서 부르고 연주하는 게 더 좋다.

Q. 2집을 발매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구남의 신보는 언제쯤 들어볼 수 있나?
2014년 뜨거운 여름이 가기 전에. 이미 곡들은 완성됐고 곧 녹음을 시작할 예정이다. 1집의 테마는 ‘추억’, 2집은 ‘건강’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재미’이다. 다른 앨범들보다 더 즐길 수 있는 노래들을 담았다.


Q. 구남의 최종 꿈은?
언젠가 평양에서 공연 한번 해보고 싶다.

Q. 음악을 언제까지 계속 할 예정인가?
재미가 없어졌을 때 그만 둘 것이다.

Q.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딱히 없다 (웃음).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우리의 2집앨범 수록곡 타이틀처럼 ‘건강하고 긴 삶’. “가수가 노래 따라간다”는 생각에 만든 노래다. 성공한 노래를 부르면 성공하고 죽음을 노래하면 일찍 죽는다는 통영된 말이 있는데, ‘이런 노래를 부르면 이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램으로 지은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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