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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키김 “쪽대본 덕분에 한국어 실력 늘었다”

2012-11-19 12: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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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사람들은 날 떠올릴 때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리키김? 키 185cm에 78kg. 영어 잘하는 모델에 드라마도 찍고 예능도 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편안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없이 많은 편견과 싸워왔다. 유년기를 비롯해 지금까지 그를 둘러싼 많은 편견들은 리키김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남들처럼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는 리키김에게선 그만큼의 여유와 차분한 기다림이 있다.

■ 두 개의 고향, 두 개의 나라

이국적인 마스크에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라니. 듣다보면 어딘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를 해온 것인지 묻자 그는 “정말 그렇게 유창한가?”하고 웃어버린다.

“기억엔 없지만 어머니 말로는 3살까지는 한국어만 했다고 들었다. 아버지에게 ‘물주세요’라고 말하면 아버지는 ‘what?’하고 대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미국 시골로 넘어가며 한국어를 다 잊어버리고 영어만 했다. 당시 할 줄 아는 한국말이라고는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배고파요, 할머니 정도가 다였다. 거의 아기 수준이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온 뒤부터 정말 ‘힘들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에게선 조금의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다. 조금 힘들 법한 단어들까지 유창하게 소화해버리는 그의 앞에선 ‘한국어’에 대한 하나의 편견이 깨져버린 것이다.

“방송 일을 하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제중원’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만 해도 아침에 대본이 나오면 저녁에 촬영을 해야하는 일이 벌어졌으니까(웃음) 말 그대로 부딪치며 배워왔다. 오히려 그것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온 몸으로 부딪치며. 리키김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세 살까지 한국에서 ‘한국말’을 하며 자랐던 소년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미국 캔저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천 여 명 정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리키김은 완벽한 이방인이었다. 그들은 모두 빨갛거나 노란 머릴 가진 백인이었다. 당시 한국이란 나라는 그들에게 낯선 나라였기에 리키김은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아왔다.

“어릴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 다들 날 입양아라고 생각했고 어머니와 한국에 가도 날 입양아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나를 백인이라고 생각했고 미국에선 나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게 힘들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것이 힘들 법도 하건만. 리키김은 담담하고 또박또박하게 자신의 과거를 말했다. 마치 오랜 시간 단련해온 사람 같다. 고생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첫인상과는 달리 그는 많은 편견과 시련을 견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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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리키김과 예능인 리키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토록 바랐던 ‘변호사’ 공부를 접고 배우가 되기까지 리키김은 수많은 갈등과 시련을 지나쳐왔다.

“모든 대한민국 어머님들의 꿈은 의사 아님 변호사일 것 같다. 우리 어머니의 꿈도 그거였다. 말 하는 것이 좋아서 변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어머니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셨고(웃음) 우연이었다. 우연히 한국에서 용돈벌이 겸 시작한 CF 아르바이트가 지금의 직업이 되었다. 하루 종일 놀면서 돈도 벌고 사진도 찍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즐거운 시작이었지만 ‘혼혈인 배우’라는 편견은 그를 외롭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연기자들을 보면 혼혈이나 외국인 배우는 거의 없다. 다니엘헤니, 줄리엔 강, 데니스 오, 로버트 할리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다. 그 만큼 배역도 없고, 역할도 없다. 그래서 힘들었다.”

미국의 키아누 리브스 역시 항상 아시아인 역을 맡지만 그는 백인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한다. 이에 리키김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며 “그래도 5년 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웃었다.

‘정글의 법칙’은 리키김에게 인지도를 주었지만 ‘예능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 그런 점들이 배우로서 속상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절대 아니라”며 손까지 저었다.

“내가 참여한 예능들에서 리키김은 ‘캐릭터’가 아닌 리키김 자신이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처음 선택했을 때 걱정했지만 최대한 나의 모습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드라마, 영화를 하고 싶다. 해야 할 것 같다.” (의상 협찬 : 멋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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