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기자/ 사진 이현무 기자] “연기 같지 않은 연기 해달라는 말, 이제는 이해 할 수 있을 듯 해요”
2008년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은 박보영에게 정말 많은 것을 선물한 작품이다. 주연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하게 해준 작품이자 적지 않은 필모그래피의 최대흥행작이기도 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국민여동생’이란 수식어도 여기서 왔다. 이래저래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 하다.
“가끔 ‘늑대소년’과 관련한 리뷰를 보곤 하는데 아무래도 (송)중기 오빠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제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이라도 나오면 정말 기뻐요. 그렇다고 질투하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늑대소년 철수를 연기 하기 위해 (중기 오빠가)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워낙에 잘 소화하셨잖아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야 뭐…”(웃음)
영화 ‘늑대소년’에서 박보영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건강하지 않은 몸과 넉넉잖은 가정형편 때문에 비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녀 순이를 연기했다. 우연히 만난 늑대소년 철수(송중기)를 발견하고 그와 교감하며 세상으로 이끄는 동시에 자신 역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인물이다.
“(조성희) 감독님과 순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더 일상적이고 툭툭 내뱉듯이 연기해달라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연기하지 않듯이 연기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 안되기도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셔서 보게 됐는데 너무 일상적이고 평범한 거에요. 그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제 스펙트럼이 늘어나는 느낌이랄까. 점점 순이와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늑대소년’은 캐릭터에 가장 깊게 빠져든 작품이죠”
함께 호흡한 송중기는 말 못하는 짐승, 늑대소년 철수를 연기함에 있어 “처음으로 상대방의 연기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자기 연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상대방과의 호흡에서 오는 감정선을 짚게 됐다는 것이다.
“테이크 갈 때마다 중기 오빠의 표정과 몸짓에서 섬세한 변화가 느껴졌어요. 쉽게 생각한 제가 바보 같았죠. 처음엔 그것을 읽어내는게 힘들었는데 점점 힘들지 않더라구요. 어느 순간에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데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조성희 감독의 배려도 한 몫 했다. 쉽지 않은 연기를 펼쳐야 하는 송중기, 박보영 두 사람을 위해 조 감독은 최대한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려 했다. 낯설은 연기에의 접근은 늑대인간이라는 낯선 존재에 다가가려는 순이의 감정과 맞물렸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다. 늑대소년 철수에 대한 순이의 감정은 천천히,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저는 정말 복이 많은 배우인거 같아요. 현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정말 많이 배려해 주셨죠. 비단 동료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조명감독님은 ‘과속스캔들’ 때 함께 하셨던 분이고 촬영 감독님은 ‘마음이’ 때 중기오빠랑 함께 하셨더라구요.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촬영장이었어요”
시골 출신 박보영이지만 ‘늑대소년’ 로케이션 촬영은 힘들었다. 추운 겨울, 산 속에서 쉴새없이 송중기의 뺨을 때려야 했던 신도 힘들었고 질퍽하고 차가운 바닥에 계속 나뒹굴어야 하는 액션 시퀀스도 쉽지 않았다. “촬영장 근처에 묘도 있어서 밤이 되면 무서웠어요”라는 소녀다운 애로사항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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