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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모든 남자배우들이 제 손을 거쳐야 하는 이유 있죠"

2011-12-26 18: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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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진 기자 / 사진 김정희 기자] 몇년 전 배우 정우성의 얼굴에 자기 남자친구인 마냥 새빨간 립스틱으로 키스를 하는 여성이 등장하여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여성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밝혀 내고야 말았다. 그 복 받은(?) 여자는 스타일리스트 윤슬기였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연예인과 함께할 수 있는 꿈같은 직업이라며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귀여운 얼굴에 작은 체구를 가진 스타일리스트 윤슬기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눈 지 5분도 안 되어 그의 밝은 성격과 입담은 함께 있는 사람조차 즐겁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그가 기운차게 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나 보다.

“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이라서 학원에서 메이크업을 배우다가 우연히 현장실습과 취업을 스타일리스트 쪽으로 나가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계획들이 바뀌었고 어느새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좋은 선택이었죠”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전까지는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그 후 비로소 자신이 스타일링을 전담하는 연기자가 생겼다. 메인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첫 촬영 하기 전날, 너무 떨리고 설레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윤슬기. 그날의 전율이 다시 느껴졌는지 눈동자를 반짝반짝 거리며 자신의 이름 걸고 처음으로 하는 스타일링이니까 책임의식과 함께 벅찬 감동이 밀려왔었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가.
“고된 일이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이 직업도 정말 애착과 끈기가 없으면 힘든 일이에요. 저는 힘들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넘어가면 되겠지’하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솔직히 힘들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니까 프로정신으로 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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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라기 보다 즐기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일부이자,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 같다는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윤슬기가 함께 일한 배우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의 다 남자배우다. 처음부터 "나는 남자배우를 맡아야지"라는 생각은 안했다고.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부터 남자들이 많은 곳에서 일을 배웠기에 광고나 화보나 각종 영화 이런 분야에서도 자연스레 남자의상을 맡게 됐다. 이제는 남자배우가 훨씬 편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배우의 스타일리스트로서 좋은 점은 남자 옷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에 스타일링하기도 편하고 거기에 대해 전문지식이 쌓였어요. 굳이 나쁜 점을 꼽자면 남성복은 여성복과 비교하면 브랜드와 아이템 수가 훨씬 적죠. 요즘은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선택의 폭이 좁아서 다양한 스타일링은 한계가 있어요”

스타일리스트는 배우들의 옷을 선택해주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끔 원치 않는 남자배우들의 노출도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과연 좋은 점에 해당될까?
“가끔 만지기도 해요(웃음) 당연히 사심 없이 만지죠. 그들도 프로라 벗는 것에 거리낌 없고 저희 역시 남자의 몸이 아닌 연기자의 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민망하지는 않아요”

11년 동안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배우를 거쳐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박정철. 윤슬기가 막내스타일리스트에서 현장담당으로 바뀌기 시작했을 때를 시작으로 1년 반에서 2년 정도 매일 함께 작업했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느끼는 긴장감 그리고 스텝과 연기자 사이의 교감을 느끼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함께했던 배우 박정철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건 현재 함께 작업하고 있는 우리 배우들이라고 강조하며 씽긋 웃어 보였다.

정우성 얼굴에 뽀뽀한 스타일리스트라고 유명해졌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내 머릿속에 지우개라는 영화촬영 때였는데요. 정우성 씨 얼굴에 뽀뽀 자국을 남기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감독님께서 모든 여자 스텝들의 입술 자국을 종이에 찍어봤어요. 운 좋게 제 입술이 가장 예뻐서 당첨됐어요. 그 후 인터넷 반응이 뜨거워지자 영화 제작부장님께서 혹시 신변의 위험을 느끼면 개인 경호원을 붙여주겠다고 하셔서 재밌게 웃고 넘어간 에피소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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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높은 위치에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므로 정상에 서게 된다면 일에 대한 보람과 노력을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게 대한민국 모든 남자배우들을 한 명씩 거쳐 가며 스타일링해주고 싶다는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코디가 안티다 이런 말은 너무 속상해요. 사이즈가 안 맞던가, 연기자의 기호에 맞지 않았을 뿐인데. 원래 패션이 주관적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스타일리스트들과 함께 모니터하면서 상의하고 수정할 점은 고치는 편이예요”

남자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패션 팁이 있다면?
“저는 남자를 볼 때 바짓단을 유심히 봐요. 대부분 바짓단이 길어서 아래 부분이 쪼글쪼글한 남자들이 많은데 정리만 해줘도 훨씬 세련되고 옷이 살아 보이거든요. ‘세미바지’라고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바지는 복숭아뼈 중간까지 덮어주는 게 좋고 일자로 떨어지는 바지는 복숭아뼈 밑으로 덮어주는 게 좋아요”

지나가는 남자들을 보면 아무리 패션이 대중화됐어도 손에 잡히는 대로 입는 몇몇 남자들 때문 항상 1프로씩 안타깝다는 윤슬기. 자신이 맡은 연기자는 물론 패션에 고민되는 남성들을 위해 ‘내 남자친구에게 입히고 싶은 옷 추천’을 취지로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다고. 운영방식에 차별성은 남자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같은 전문가분들로부터 제안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격려나 충고의 말이 있다면?
“한번 해볼까? 같은 호기심으로 시작하려면 거기서 멈췄으면 좋겠어요. 환상을 깨고 체력과 성실함이 바탕된다면 좋아요. 패션잡지를 많이 읽고 백화점이나 매장에 시장조사를 하며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옷을 유심히 보세요.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지식도 많이 필요하죠”

자신이 입힌 연기자들의 옷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어 훗날 남자배우들의 의상 이야기가 나오면 첫 번째로 꼽힐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윤슬기. 말하는 내내 ‘프로의식’이 뿜어져 나오는 눈빛 속에서 그의 열정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모든 남자배우들이 꼭 거쳐가야 하는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그가 배우 못지 않게 큰 사랑을 받는 스타일리스트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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