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스타일리스트 남주희 “스타일리스트가 안티라는 말, 가슴이 무너져요”

2011-08-23 10:28:40

[임수정 기자] “스타일리스트는 진짜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목욕탕, 한증막 안에 들어갈 때도 지퍼백에 휴대폰 넣어가지고 들어갔었다. 첫 휴가를 10년차에 처음으로 갔는데,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만큼 치열하다”

이병헌, 강동원, 이동욱, 정겨운, 최여진, SG워너비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들이 그녀의 손을 거쳤다. 대학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배우게 된 메이크업이 그 시작이 되어 어느새 12년 경력의 베테랑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

“만약 직장인이라면 정해진 월급이 있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나눠져 있지만, 내가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회사에서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스타일리스트는 내가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돌아오고, 내가 열심히 입히면 다 내 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면이 참 좋은 것 같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연예인들,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도마에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그들의 패션이다. 조금만 독특한 옷을 입고 나와도 “스타일리스트가 안티다”라는 댓글들이 달린다.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를 가리는 프로그램이 생겨난 뒤로 스트레스가 정말 심해졌다. 어느 브랜드 입었냐는 전화 받는 것이 가장 싫다. 전화로는 예쁘게 입어서 물어보는 거라고 해놓고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정말 많다. 내 눈엔 안 예뻐도 다른 사람의 눈엔 예쁠 수 있고 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인데, 마치 그것이 절대적인 잣대처럼 되어 버렸다”

이제는 “이렇게 입히면 예쁘겠다”는 생각보다 “이렇게 입혔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정말 예쁘고 배우도 마음에 들어 하는데 조금 오버스럽거나 부족한 느낌의 옷일 경우에는 작정하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워스트 된다고 치고 한번 입어보자, 워스트로 한 번 뽑히고 다음에 잘 입으면 된다”고.


“팬들 입장에서는 예쁘면 우리 오빠가 멋있어서 예쁜 것이고, 이상하면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못 입혀서 이상한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들 입장에서는 그 옷 한 벌을 위해 수십 벌을 고르고, 시상식 한 번 있을 때마다 20-30벌 중 한 벌을 추려내어 입히는 것인데 너무 쉽게들 이야기하곤 한다. 그럴 때는 좀 속상하기도 하다”

최여진의 시상식 드레스 사건, 이병헌의 키높이 구두 의혹 등 식은땀이 뻘뻘 났던 사건들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재미로 넘기는 일이지만 스타일리스트 입장에서는 가슴이 무너지는 일인 것.

“최여진씨의 경우는 입혀놓고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색상 때문에 마치 아무것도 안 입고 살짝 걸쳐진 것인 줄 알고 다음날 아주 난리가 났다. 이병헌씨 구두도 정말 안 높다. 딱 남자 구두 높이다. 신인도 아니고 오랫동안 활동한 분인데 구두굽 1-2cm로 인기가 줄어들거나 늘어나진 않지 않나.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보여줄 수도 없고”

속 시원히 이야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터뷰 기사에 달릴지도 모를 악플을 걱정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동안 말 못했을 고충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참 재미있다고, 뿌듯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신인들을 맡으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예쁜 부분을 찾아주려고 노력한다. 그걸로 컨셉을 잡아서 입히는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있고 보람도 많이 느낀다. 또 드라마가 잘 되고, 입혀서 많이 팔렸다는 말을 들을 때도 뿌듯하다”

그녀에게 ‘스타일리스트’라는 일은 곧 그녀 자체인 듯 느껴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열정으로 불태우고 있는 그녀, 남주희 스타일리스트의 삶은 그 누구보다 스타일리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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