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팀] 부드럽게 흐르는 잉크의 느낌이 좋은 만년필, 만년필로 글씨를 쓰면서 느끼는 행복함이 ‘과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년필의 효시는 잉크 저장탱크를 갖춘 밸브식 필기구로 1809년 영국인 프레드릭 폴슈(Fredrick B. Folsch)가 발명했다. 지속적으로 펜촉에 잉크를 찍어서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없앴지만 잉크의 저장 기능만 갖춰 흐르는 잉크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반 쪽짜리 펜이었다.
‘모세관 현상’은 섬유 사이의 공간이나 통기성 물질의 구멍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작은 관과 같은 통로를 따라 액체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물 담은 컵 위에 종이를 얹어 뒤집어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와 같은 원리로 잉크탱크 밖 대기압이 안의 압력보다 크기 때문에 평상시 잉크가 흐르는 것을 방지한다.
닙(Nib, 촉)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피드바(Feed bar)는 1차적으로 보관통에서 잉크를 작은 모세관을 통해 닙까지 흐르도록 전해준다. 깔끔한 서체를 구사하는 만년필의 핵심인 닙은 반드시 피드바의 모세관에 연결되어 있어야 만년필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셈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만년필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대중성과 실용성까지 갖춘 펜으로 성장하고 있다. 흔히 만년필 하면 고급 만년필인 몽블랑(Montblanc)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제 더 이상 만년필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나 중요한 자리에서만 쓰이는 고가의 사치품이 아니다.

‘모세관 현상’이 만년필 본연의 기능인 글쓰기의 번거로움을 줄여줬다면 필기구 브랜드 파카(Parker)는 세계 최초로 주머니에 꽂을 수 있도록 펜 클립을 장착해 휴대 실용성을 높였다. 분실할 우려 없이 휴대가 가능하게 해 대중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갖기 어려운 명품에서도 대중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스위스 명품 필기구 카렌다쉬(Carand'ache)는 ‘두나스(Dunas)’를 내놓고 명품 만년필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견고한 스틸 펜촉을 사용해 까렌다쉬 브랜드 중 가격대는 저렴하지만 필기감은 금촉 못지 않은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용 만년필까지 등장하면서 만년필의 대중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라미의 ‘ABC 스쿨펜’은 글쓰기 초보자를 위해 현직 선생님과 공동으로 개발한 만년필로 아이들의 작은 손에 맞는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특징이다. 이제 전 연령층이 만년필에 대한 부담스러움이나 거부감 없이 올바른 필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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