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의 문화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누구나 문화생활을 즐기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문화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대인의 문화생활은 편파적인 면이 없지 않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이 대중적인 성격으로 변모한데 반해 아직 미술 전시회는 대중들에게 즐기기 보다는 어렵다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들어가기 전에 나눠주는 팸플릿에는 낭만주의니, 인상파니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말들만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딱딱한 이론은 미술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예술은 수학과는 달리 정확한 답도, 치열한 연산식도 없다.
6월25일부터 9월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영국근대 회화전’은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더욱 좋은 바캉스 명소이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영화 한편을 감상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관을 찾자. 한 폭의 사진보다 생동감 넘치고 한편의 영화처럼 풍부한 감성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건 '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라는 말처럼 이번 전시회에서는 19-20세기를 풍미했던 영국 화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화가 윌리엄 터너는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탄생 모티브가 될 만큼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손꼽힌다.
그는 그의 대표작인 ‘눈보라’라는 작품을 그리며 “내가 눈보라를 그린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을 이해하게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장면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은 솔직하다. 그는 어떤 기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의도를 숨기지도, 암호 같은 자신만의 언어로 주제를 빙빙 돌리지도 않는다. 주로 풍경화를 그린 그의 그림에는 풍경에 담긴 그의 감성이 고스라니 느껴진다. 우리는 그냥 영화 한편을 감상하듯 그의 그림을, 그의 감성을 느끼면 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람부는 날’은 가까이 가면 손에 바닷물이 묻어나올 듯 섬세한 바다물결과 비가 올 듯 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 그리고 나룻배와 건물 하나가 배경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바다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윌리엄 터너 또한 바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일렁이는 바다와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을 것 같아 보이는 하늘 아래 작은 배는 위태위태하게 흔들린다. 이처럼 고조된 긴장감은 흡사 소설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윌리엄 터너의 작품인 ‘맘스베리 수도원 폐허’는 수채화의 투명함을 살려 세월에 바래고 부서진 건물을 담았다. 부서지고 깨진 폐허의 건물은 오히려 갓 만들어진 화려한 건물에서는 볼 수 없는 아련한 향수가 담겨있다.
빛을 받아 투명한 듯 빛나는 흰색 건물은 맑은 하늘과 어울려 몽환적이면서도 성스러운 깊이를 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라니 간직한 건물은 “숭고한 것은 신비감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영국근대 회화전’에서는 윌리엄 터너 외에도 존 컨스터블을 비롯한 80여명의 최고 화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간 화가들의 눈으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순수함과 낭만, 그리고 자연의 빛과 색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 지엔씨미디어)
한경닷컴 bnt뉴스 이현아 기자 hyuna@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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