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터뷰] 정보석, “젠틀맨? 이제는 백치남”

2009-09-08 09:29:23
기사 이미지
한국 시트콤계를 정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연출한 김병욱 PD가 그 주인공.

‘거침없이 하이킥’의 시즌 2인 ‘지붕뚫고 하이킥’의 방송을 앞두고 있는 김병욱 PD는 이번 시트콤의 기대주로 배우 ‘정보석’을 꼽았다.

1986년, KBS ‘백마고지’로 데뷔한 정보석은 연기 경력 23년의 베테랑 배우. 이런 그가 지금 시트콤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석은 “기존에 연기해왔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 그런 듯하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멀쩡한 허우대를 가지고 있지만 입만 열면 확 깨는 백치남이라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과연 무식한 정보석을 떠올릴 수 있는가?

한 여자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순정남이건 여자를 울리는 냉혹한 나쁜남자이건 그는 언제나 똑똑한 엘리트였다. 때문에 더더욱 이번 그의 연기 변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여고시절’이라는 작품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시트콤 출연이라는 정보석은 첫 방송을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한 달 간은 맡은 캐릭터를 잡는 것이 무척 힘들다. 특히 시트콤이라는 장르 때문에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해야 웃길까?’만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시트콤은 나 혼자 웃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 자체가 재밌게 흘러가는 것이지 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은 상당히 진지하다”라며 시트콤을 촬영하면서 느낀 고충을 토로했다.

기사 이미지
정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연기를 펼쳤던 그가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선택함에 있어서 망설임은 없었을까?

“너무나 해보고 싶었다. 특히 김병욱 PD와는 꼭 한 번 작업을 같이하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저 분과 꼭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라에 마침 ‘지붕뚫고 하이킥’의 캐스팅이 들어왔다. 무언가 영적인 느낌이 통한 것 같았다. (웃음)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이라는 작품을 할 때도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같이 작품을 하게 되더라”

정보석이 이번에 보여줄 캐릭터는 식품회사 부사장. 하지만 샤프하고 핸섬한 외모와는 달리 무능하고 머리가 나빠 이래저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운동밖에 몰랐던 ‘정보석’이라는 인물은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하다 운동을 그만둔 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갈피를 못잡았던 캐릭터다. 운동에만 집중한 나머지 공부는 등한시해 지식이 아주 얕다”

배우 정보석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캐릭터와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표현한다.

“야구선수로 활동했던 이야기는 실제 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학창시절에 야구선수로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운동을 접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뭘 해야 좋을지 몰라 방황도 많이 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공부는 안했지만 책 읽은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중학교 때 처음 본 ‘셰익스피어 전집’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우리 어릴적에는 책장수들이 학교 앞에서 책을 팔았다. 어느 날 그 앞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멋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이 바로 ‘셰익스피어 전집’이었다. 어린 마음에 책의 내용보다는 금테를 두른 책 디자인이 너무 예뻐 보여 책을 샀는데, 당시 나에게 그 책은 너무도 어려웠다. 한 두 장 읽고 덮기를 몇 번을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운동을 관두고 방황하던 시절, 도저히 할 것이 없어서 그 때 샀던 책들을 다시 읽었다. (웃음) 그 희곡들을 읽다보니 연극을 ‘직접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기사 이미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정보석. 당연히 연기 전공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연출을 전공했다고.

“연출을 전공하면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다 4학년이 되어 졸업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마침 복학한 선배가 자신이 연출을 맡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래서 ‘선배에게 연출을 넘겨주는 대신 주인공은 나를 써달라’는 협상 아닌 협상을 했다. (웃음)”

그래서 작품은 성공적으로 공연했느냐는 질문에 정보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난리가 났었다. 하하. 그렇지만 결코 좋은 쪽으로 난리가 난 것은 아니였다. 생전 처음 연기를 하는 배우가 주인공 했으니 배가 산으로 갈만하지 않은가?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배우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정보석. 그는 4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멜로연기를 펼칠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라 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중년배우는 젊은 주인공들을 빛내주는 주변인들로 전락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보석은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물론 이번에 새롭게 시작하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정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은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재밌고 감동적으로 풀어낼 시트콤이 될 것이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태초라 할 수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아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물론 시즌 1보다 잘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시즌 1에 출연하셨던 이순재 선생님이 출연하기는 하지만 출연진과 내용이 모두 다르다. 김병욱 PD가 기대주로 나를 뽑았다고 하지만 진짜 기대주들은 바로 신인들이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근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날카로움이 있는 배우 정보석. 기존에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허술함과 부족함을 보여줄 ‘지붕뚫고 하이킥’의 정보석에게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인간적인 배우, 정보석의 매력이 묻어날 ‘지붕뚫고 하이킥’은 9월7일, 6개월간의 시청자들과 동고동락할 예정이다.

기사 이미지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사진: 이영주 포토그래퍼

▶ 걸그룹 전성시대, "벗어야 뜬다?"
▶ 에이트 이현, 선우선과의 키스신 풀버젼 공개
▶ 이민호·산다라박, CF에서 '아찔한 키스’
▶ 주말드라마 '스타일', 어디까지 내려갈까?
▶ 초식남 VS 짐승남 스타일을 파헤치자!
▶ [이벤트]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공짜 티켓 받으러 가자
▶ [이벤트] 아저씨가 되어가는 나의 동료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