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백지애, “귀여우면서도 우아함이 제 드레스의 장점이죠.”

이선영 기자
2009-06-15 21:26:04

최고의 ‘명품 드레스 디자이너’라는 평을 받고 있는 1세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백지애. 일반인들에게 그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업계에서는 유명한 디자이너다.

우아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디테일에 대한 그만의 감각은 까다로운 명품드레스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그의 드레스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그만의 스타일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을 가진 스타 디자이너.

“1999년, 4벌의 드레스를 가지고 일본으로 갔어요. 그때 제 디자인을 본 일본 사람들이 제 이름 뒤에 ‘센세이’라는 호칭을 붙여서 불렀죠. 나중에 일본에서는 상대를 높이는 칭호를 잘 쓰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 굉장히 감격했어요.”

우아한 기품과 함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모든 여성들의 희망. 그러나 서로 다른 스타일을 동시에 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지애 웨딩’의 드레스들은 우아함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한다. 이것이 바로 심플한 디자인에 감성적인 디테일을 첨가한 백지애 원장만의 노하우.

“특히 ‘귀여움’과 ‘품위’에 열광하는 일본 여성들이 많이 좋아해요. 귀여운 느낌을 품위 있게 표현했다며 신기해하죠.”

백 원장의 드레스 컨셉은 여성스러움과 로맨틱. 때문에 얌전하고 단아한 신부들이 주로 찾는다고.

“대부분의 웨딩드레스 숍들은 화려한 조명과 높은 단들로 신부를 9등신 모델처럼 보이게 해요. 때문에 예식에서 드러난 드레스의 실체에 당황하는 경우가 생기죠. 저희 매장은 정말 단순해요.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하죠. 자연광이 들어오게 매장을 오픈하고, 단도 낮게 설치했어요.” 신부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제대로 선택하게 하기 위한 백 원장의 배려다.

웨딩드레스 숍을 운영한지 29년. “별명이 ‘오뚜기’예요. 29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특히 웨딩산업은 굴곡이 심해요. 그래도 그때마다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오뚜기란 별명을 붙여 줬어요.(웃음)”

“IMF때 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백 원장. “품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저가시장’으로 몰리고 있거든요. 심한 경우에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세탁을 안 해서 지저분한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일생에 한번 입는 웨딩드레스인데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백지애 웨딩’은 시접이 없는 한복 바느질 공법인 ‘께끼 바느질’로 유명하다. 보통 바느질보다 10배 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깔끔한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 개성이 강한 다양한 디자인들이 나오고 있지만, 주 트랜드는 심플함. 색은 크림 아이보리가 인기”라는 백 원장은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장소, 신랑 신부의 나이차이, 신부의 성향이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귀띔해준다. 특히 “신부는 어려보일수록 좋다”고. “요즘은 동갑이나 연하와 결혼하는 신부들이 많아요. 이럴 때는 신부를 귀여워 보이게 하거나, 청초해 보이도록 만들죠. 또한 신부의 성향이나 개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해요.”

국내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수출에 주력한다는 백 원장은 “호주와 미국으로도 하지만, 주로 일본으로 수출해요. 가을부터는 두바이와 일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또 “‘백지애’ 브랜드를 토탈 산업으로 확장시키고 싶어요. 드레스뿐만이 아니라 커피 잔, 잠옷, 침대보 등 모든 혼수용품을 망라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는 젊은 유학파 디자이너들이 수입 드레스를 수입해서 숍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어요. 만들어진 것을 가져오는 것이 편하죠. 직접 디자인을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직접 디자인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국 웨딩산업이 발전하지 않겠어요?”
웨딩 디자이너계의 대 선배로서의 우려다. 대한민국 웨딩드레스의 자존심. 여성들의 감성을 대변해 줄 최고의 드레스를 만드는 백지애 디자이너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한경닷컴 bnt뉴스 이선영 기자 goodluck@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