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한바퀴' 이만기가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복숭아밭, 뱀골마을 모시떡집, 이천도자예술마을 도자기 악기 공방, 3대째 이어온 이천 쌀밥집, 백사면 반룡송, 도라지 정과 농가, 볏섬만두집, 농기구 박물관 등을 차례로 찾아가며 가을의 결실과 가족의 정성을 만나는 여정이다.
'동네 한 바퀴'가 이번에 찾은 곳은 풍부한 햇볕과 큰 일교차 속에서 복숭아와 쌀, 도라지 등 풍성한 농산물이 여무는 경기도 이천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이천쌀의 명성부터 오랜 세월 이어온 전통 음식과 농촌의 삶까지, 땀과 시간이 빚어낸 따뜻한 가을 풍경을 만난다.

한 해 동안 정성으로 가꾼 것들이 결실을 맺고, 서로의 손을 맞잡은 이웃들의 삶이 더 깊어지는 계절을 조명하는 시간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87회는 ‘영글어 간다, 좋은 날들 – 경기도 이천시’ 편으로 꾸며지며, 복숭아 향과 쌀밥의 온기,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담아낸 방송분이다.

복숭아의 고장, 여덟 가지 품종이 익어가는 장호원읍
경기도 이천 장호원읍은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를 바탕으로 복숭아 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수확철을 맞은 복숭아밭에서는 새콤한 맛이 매력적인 백도부터 달콤한 향을 품은 황도까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어간다.

동네지기 이만기는 이천 복숭아의 주요 산지에서 가을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햇볕과 바람, 농부의 손길이 오랜 시간 쌓여 완성된 복숭아는 넉넉한 자연과 풍요로운 계절을 가장 먼저 전하는 선물이다.

모시떡, 떡으로 시작한 인생 2막, 찰떡궁합 부부
산맥의 형상이 뱀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뱀골마을에는 직접 기른 모시와 직접 농사지은 이천 쌀로 떡을 빚는 정재영 씨와 이철현 씨 부부가 있다. 숨 가쁜 회사 생활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온 철현 씨는 아내와 함께 떡집을 열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남편과 현실적인 운영을 고민하는 아내는 때로 의견을 달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떡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는 믿음만큼은 같았다. 밭을 함께 가꾸고 떡을 함께 빚으며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가는 부부의 일상이 따뜻함을 더한다.

청자, 악기가 되다…도자기 장구에 담긴 부부의 도전
도공들이 모여 전통 도자의 맥을 이어가는 이천도자예술마을에서는 권오학 씨와 김경미 씨 부부가 특별한 도전을 이어간다. 대를 이어 도자기를 빚어온 이들은 어려웠던 시절 도자기 악기 미니어처를 만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고, 이후 실제 연주가 가능한 도자기 악기 제작에 나섰다.

수많은 실패와 연구 끝에 완성한 도자기 장구는 나무 악기와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습기를 먹으면 음색이 달라질 수 있는 나무와 달리 도자기는 맑고 일정한 울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청자의 표면에 생긴 미세한 균열인 빙렬은 울림을 한층 깊게 만들어, 고려청자와 전통 악기가 만나는 새로운 소리를 완성한다.

이천 쌀밥 한 상, 청국장 명인 손녀의 손맛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며 명성을 얻은 이천 쌀은 오늘도 지역 사람들의 삶과 식탁을 든든하게 채운다. 쌀 한 알의 가치를 3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는 식당이 있다. 평생 밭일을 해온 1대 이종순 씨가 농한기에 잠시 시작한 가게는 깊은 장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오랜 세월 사랑받는 식당이 됐다.

할머니의 손맛은 딸 허정순 씨를 거쳐 손녀 박제경 씨에게 이어졌다. 할머니에게 배운 비법으로 청국장 청년 명인이 된 손녀는 집안의 맛을 지키며 이천 쌀밥 한 상을 정성스럽게 차려낸다. 찾아오는 손님을 모두 일가친척처럼 대하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은 푸짐한 밥상과 따뜻한 인심 속에 그대로 담긴다.

용을 닮은 노송, 백사면 반룡송의 위엄
백사면 도립리에 자리한 반룡송은 천연기념물 제381호로, 하늘로 오르기 전 몸을 웅크리고 기운을 모으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땅에서 약 2m가량 자란 뒤 사방으로 뻗어 나간 가지는 마치 용이 몸을 틀며 꿈틀거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비범한 자태 탓에 마을에서는 반룡송을 훼손하면 화를 입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노송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쌓아온 시간을 묵묵히 품고 있다.

부모님의 도라지밭으로 돌아온 두 딸과 두 사위, 가족의 3만 평
비옥한 사질양토와 뛰어난 배수 조건을 갖춘 땅에서는 인삼과 도라지 같은 뿌리채소도 단단하게 자란다. 이곳에는 3년 동안 정성껏 기른 도라지로 정과와 청을 만드는 박일례 씨와 음한수 씨 부부, 그리고 두 딸과 두 사위가 있다.

도라지 정과 명인인 박일례 씨 가족은 무농약으로 도라지를 키운 뒤 수확부터 손질, 껍질 벗기기, 오랜 시간 달이는 과정까지 모두 함께한다. 3만 평의 도라지밭에는 부모의 오랜 땀과 자녀들이 보탠 손길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 긴 기다림 끝에 완성되는 달콤한 도라지 정과에는 뿌리 깊은 가족의 정이 담긴다.

쌀가마니 모양에 풍년을 담다, 향토 음식 볏섬만두
쌀의 고장 이천에는 한 해의 풍년과 오복을 기원하며 쌀가마니 모양으로 빚어 먹던 향토 음식 ‘볏섬만두’가 전해진다. 커다란 만두피 안에 작은 만두 다섯 개를 넣어 쪄내며, 겉피가 깨끗하게 떨어져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던 옛 람들의 소망이 담긴 음식이다.

시집온 뒤 시어머니에게 볏섬만두를 배운 이태연 씨는 사라져가는 향토 음식의 맥을 잇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하고 손맛을 다듬어왔다. 남편 이순흥 씨가 직접 키운 게걸무 무청과 여러 나물로 속을 채운 볏섬만두는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한가위를 앞두고 이만기도 만두를 빚으며 풍년과 복을 기원한다.

추억의 농기구 1,000여 점, 농업의 역사를 모은 보물창고
백족산이 바라보이는 선읍리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농촌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는 최진응 씨가 있다. 자연과 세월의 흔적을 아끼던 그는 사라져가는 옛 농기구가 안타까워 하나둘 수집하기 시작했고, 은퇴 후에는 자신이 모은 물건들로 가득한 특별한 터전을 만들었다.

현재 그의 공간에는 1,000여 점의 수집품과 7종의 동물이 함께한다. 혼자 간직하기에는 아까운 농업의 역사와 생활의 흔적을 후손들과 나누기 위해 문을 연 이곳은, 농촌의 삶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가을빛이 깊어지는 복숭아를 수확하는 농부의 손길부터 쌀밥 한 상을 이어가는 3대의 정성, 전통 도자기에 새로운 소리를 입히는 도공 부부의 도전까지 다채로운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모시떡 부부, 도라지밭 가족, 볏섬만두의 맥을 잇는 이웃과 추억의 농기구를 지키는 수집가의 이야기도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이만기와 함께 경기도 이천시 곳곳을 걸으며 한 해의 결실과 가족의 사랑, 사라져가는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좋은 날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KBS 1TV '동네 한 바퀴' 387회 ‘영글어 간다, 좋은 날들 – 경기도 이천시’ 편은 2026년 9월 19일 토요일 오후 8시 5분 방송된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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