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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공장 왜 이렇게 탔나…나트륨·조립식 구조 ‘이중 악재’

서정민 기자
2026-03-21 07: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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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공장 왜 이렇게 탔나…나트륨·조립식 구조 ‘이중 악재’ (사진=연합뉴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가운데, 소방 당국이 21일 이틀째 수색에 돌입했다. 부상자는 59명으로, 총 피해 인원은 73명에 달한다.

화재는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 3층 규모의 엔진밸브 제조 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공장 내부에는 약 170명의 근로자가 있었으며, 다수는 대피했지만 점심시간 이후 휴게 공간에 머물던 일부 근로자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커진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공장에 보관돼 있던 나트륨 101kg이었다. 자동차 엔진밸브 생산에 쓰이는 이 금속재료는 물과 접촉할 경우 가연성 가스인 수소가 발생하며 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나트륨 200kg 정도면 건물 한 층을 날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3류 위험물’로 분류된 만큼, 소방 당국은 일반적인 물 대신 별도의 소화약제를 써야 했고, 화재 초기 본격 진압에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됐다.

소방 당국은 발화 약 1시간 50분이 지난 오후 3시 6분께 나트륨을 안전 구역으로 옮기는 데 성공한 뒤에야 헬기까지 동원해 본격 진화에 나설 수 있었다.

여기에 공장의 조립식 철골 구조도 진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철골 구조물은 고열에 취약해 변형과 붕괴 위험이 높다. 실제로 화재 진압 도중 건물 일부가 내려앉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대원들을 수차례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진화 속도가 더욱 늦어졌다고 밝혔다. 큰 불길은 신고 접수 약 4시간 만인 오후 5시 30분께 잡혔고, 완전 진화는 오후 11시 48분에야 이뤄졌다. 화재 발생부터 완전 진화까지 10시간 이상이 소요된 셈이다.

진화 이후에도 수색은 쉽지 않았다. 철골 구조물의 붕괴 우려로 즉각 진입이 불가능했던 소방 당국은 안전 진단을 마친 뒤 밤 11시께에야 1개조 4명씩 10개조를 편성해 수색에 나섰다. 신고 접수로부터 꼬박 10시간이 지난 뒤였다.

수색 결과 21일 오전까지 건물 2층 휴게실 인근과 3층 헬스장으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사망자 10명이 잇따라 발견됐다. 현재까지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문 확인 및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신원 파악에 나서고 있다. 남은 실종자 4명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모두 건물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당국은 오전 6시 49분부터 인명구조견 4마리를 투입해 2일째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1996년 사용 승인을 받은 해당 공장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장의 경우 4층 이상이면서 각 층 바닥면적 500㎡ 이상일 때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는데, 이 공장은 3층 건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나트륨 취급 시설 특성상 물을 사용하는 스프링클러 대신 별도 소화 설비가 적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직후 SNS를 통해 관계기관이 화재 수습과 인명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수습 상황을 점검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있으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중앙합동재난피해자지원센터 설치도 결정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자동차·선박용 엔진밸브를 생산하는 업체로, 하이브리드 차량용 중공밸브를 국산화해 연 1000억원 이상을 수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장은 “현장 상황이 매우 위험하지만 실종자들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