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둔식달 – 부산 밀면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부산 대연동의 한 밀면집이다. 화려한 꾸밈없이 오직 맛으로 승부하는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찐’ 현지인 로컬 맛집으로 통한다. 대표 메뉴인 밀면은 샛노란 빛깔을 띠는 탱글탱글한 면발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젓가락 맛보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구수함이 깊게 배어 나오는 육수가 입안을 감싼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입맛을 당기는 깊은 맛의 조화는 오히려 어떤 강렬한 맛보다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주인장은 육수부터 양념장, 그리고 면까지 어느 것 하나 외부에 맡기지 않고 전부 직접 만든다고 자부했다. 수십 년간 지켜온 정직함과 우직함이 만들어낸 맛 앞에서 ‘기본이 곧 최고’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거제동에 위치한 또 다른 밀면 강자다. 이곳은 식사 시간이면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는 것으로 그 명성을 증명한다. 이곳 밀면의 특징은 가슴속까지 짜릿해질 정도로 차갑게 내어오는 육수다. 육수 한 모금을 들이켜는 순간, 무더위 속에서 흘렸던 땀이 거짓말처럼 쏙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주전자에 넉넉하게 담겨 나오는 육수는 진한 육향을 품고 있어, 마치 시원한 물처럼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할 정도라고 단골들은 입을 모은다. 부산이라는 거대한 미식의 도시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두 밀면집, 각기 다른 개성으로 밀면의 정수를 보여주는 두 달인의 이야기가 올여름의 마지막을 시원하게 장식한다.

국내 최고 새치 염색의 달인
나이를 불문하고 찾아오는 새치는 많은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다. 듬성듬성 자라난 흰머리는 미관상 신경 쓰일 뿐만 아니라, 3주에 한 번꼴로 반복해야 하는 뿌리 염색의 번거로움까지 안겨준다. 흰머리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을 위해 한 미용실의 달인이 특단의 해결책을 선보인다. 달인의 비법은 기존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발상에서 출발한다. 흰머리를 어두운색으로 덮어 감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흰머리를 활용해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다.

중화요리의 달인, 양수평 대사부
국내 최상급 호텔의 주방을 호령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 이제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통 중식을 선보이는 양수평 대사부가 ‘생활의 달인’에 등판한다. 1920년대에 설립되어 한국 중식 4대 문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화대반점’ 출신인 양수평 셰프의 중식 경력은 무려 50년에 달한다. 중식 사대문파의 다른 대가들마저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하는 인물로, 살아있는 전설 그 자체다. 역대 대통령 중 두 명이나 양수평 셰프의 음식을 맛보며 나랏일을 다스렸다는 일화는 그의 명성을 증명한다.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해 온 대사부의 대표 메뉴는 바로 해물 누룽지탕이다. 뜨겁게 달군 돌솥에 누룽지와 해물을 넣고, 그 위에 비법 육수를 부어줄 때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김과 향기는 오감을 압도한다. 대사부의 요리는 단순히 기술의 경지를 넘어선다. 웍을 다루는 손짓 하나하나에는 50년간 쌓아온 경험과 중화요리에 대한 혼이 담겨 있다. 요리 과정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취재하며, 양수평 대사부가 말하는 웍질의 철학이 무엇인지 들어본다.

폴란드식(?) 라면의 달인
달인 매튜가 선보이는 라면은 평범함을 거부한다. 양파를 듬뿍 넣어 볶아내 간짜장 못지않은 깊은 풍미를 내는 ‘양파 짜장 라면’부터, 가마솥에 정성껏 끓여낸 통수육을 곁들인 ‘통수육 라면’까지, 라면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여기에 라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달걀 반찬 ‘차예단’까지 직접 만들어 곁들인다. 물의 양, 불 조절, 재료를 넣는 순서 등 라면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대해, 폴란드에서 온 달인 매튜는 자신만의 간단명료하면서도 확실한 기술로 답을 내놓는다.

고무줄 새총 달인
‘탕!’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노란색 고무줄이 허공을 가른다. 미국 서부에 총잡이가 있다면, 대한민국 경기도에는 고무줄 새총의 달인 서동진 씨가 있다. 달인의 주무기는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무줄과 자신의 손가락이다. 달인은 얇은 고무줄을 날려 5m 거리에 놓인 초미니 장난감들을 오차 없이 연속으로 명중시키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두꺼운 고무줄로는 전등 스위치를 자유자재로 껐다 켰다 조절하는 정교함까지 갖췄다.
이 모든 기술의 시작은 육아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소소한 장난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고무줄계의 스나이퍼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달인의 오른손에 고무줄이 쥐어지는 순간, 목표물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처럼 ‘왼손은 거들 뿐’, 모든 것은 단련된 오른손의 감각으로 이루어진다. 고무줄 하나로 집안 곳곳을 무대로 삼는 달인의 따갑도록 단련된 손끝을 만나본다.
은둔식달 – 부산 밀면, 국내 최고 새치 염색의 달인, 중화요리의 달인 양수평 대사부, 폴란드식(?) 라면의 달인, 고무줄 새총 달인”은 8월 18일 밤 9시에 방송되는 SBS ‘생활의 달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