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노동조합이 잇따라 파업에 나서거나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산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대규모 성과급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파업을 앞둔 노조 지도부가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노조)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7만4000명이 가입한 삼성전자 유일의 과반 노조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승호 위원장은 앞서 평택사업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반도체 세계 1위를 만든 건 조합원들"이라며 "총파업으로 18일 생산이 멈출 경우 18조 원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파업 손실 규모를 10조~30조 원으로, 장기화 시 최대 50조 원까지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노조 지도부가 현장을 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동남아로 일주일 일정의 휴가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그가 휴가 중에도 노조 홈페이지에 "총파업 과정에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하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강경 입장문을 게재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강도가 높아졌다.
온라인과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파업을 주도하면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는 5월 1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박재성 위원장 역시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위원장은 "임신한 아내와의 사전 계획된 일정"이라며 회사에도 부재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총파업 돌입 첫날인 5월 21일, 이재용 회장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신고 인원은 50명 수준이지만 노조 측은 실제 집결 규모를 5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를 비판하는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예고해 소음과 교통 혼잡 등 인근 주민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도 이날 자재 소분 부문 조합원 60여 명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13차례 교섭에도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법원은 의약품 변질 방지를 위한 마무리 공정에 대해서는 파업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정부도 노사 갈등 확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성과가 특정 주체만의 결과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성숙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반도체는 한 번 경쟁력에서 밀리면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회복 못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파업을 만류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전 제품 라인을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고 중국 내 가전·TV 판매 사업 중단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S(반도체) 부문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 가전·TV를 담당하는 DX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만 약 60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업부 간 실적 격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성과급 논쟁의 불씨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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