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완화와 국제유가 급락을 계기로 비트코인(BTC)이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으로 공식 규정하면서 규제 불확실성마저 해소되는 모양새다.
17일 오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7만4172.4달러에 거래됐다. 오전 한때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1억1000만원선을 일시 회복하기도 했다. 이더리움(ETH)·솔라나(SOL)·리플(XRP) 등 주요 알트코인도 2%대 동반 상승하며 시장 전반에 매수세가 확산됐다. 다만 역김치프리미엄(-1.45%)이 나타나며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낮은 이례적 현상도 관찰됐다.
다만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여전히 23으로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물러 있어, 추세 전환인지 단기 기술적 반등인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자산 간 흐름 차별화도 주목된다. CNBC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14일 동안 비트코인은 약 8% 상승한 반면, S&P500은 3%, 나스닥은 2% 하락했다. 전통 안전자산인 금도 3%, 은은 4.2% 하락하는 등 귀금속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미 국채 수익률 상승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 가능이라는 구조적 강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흐름을 보였다. JP모건은 금 ETF에서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실제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순유입을 기록했다. 하이퍼리퀴드 거래소에서 WTI 무기한 선물 기반 가상자산 거래량이 3억3900만 달러에서 73억 달러로 급증한 것도 시장 확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다만 전쟁 직후 비트코인이 6만3000달러까지 급락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금’보다 ‘디지털 나스닥’에 가깝다는 평가도 여전히 공존한다.
SEC는 가상자산이 주식·채권·투자계약증권 등과 달리 ‘타인의 경영 노력에 따른 수익 기대’라는 특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증권으로 분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NFT·밈코인 등 수집 목적 자산은 ‘디지털 수집품’으로 분류해 역시 증권 적용을 배제했다. 단, 디지털 수집품의 분할 소유권 거래는 증권 제공에 해당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해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규정을 준용해, 허가된 발행자의 지불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에서 제외하되 발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는 예외로 뒀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10년이 넘는 불확실성 끝에 시장 참가자들이 연방증권법상 가상자산에 대한 SEC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의회의 초당적 입법 추진 과정에서 기업가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17일(현지시각) SNS를 통해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 터질 날이 머지않았다”며 경기 붕괴 이후 비트코인이 현재보다 10배 오른 75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미 지난 15일 금·은·비트코인을 수백만 달러 규모로 추가 매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내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시장의 다음 분수령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한 상황에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과 향후 금리 경로가 가상자산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현재 가격을 지탱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닌 ETF 기관 자금이라는 점에서, 거시 변수 변화 시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