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 폭등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맞물리며 한국 경제는 유가 급등·물류 차질·환율 불안이라는 ‘3중 복합 쇼크’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이후 뉴욕차액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0원 언저리까지 폭등했다. 국내 정규 외환시장은 3·1절 대체휴일로 이틀째 휴장 중이지만, 역외 시장에서는 이미 강달러 압력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환율 상승 압력의 직접적 배경은 국제 유가 급등이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은 약 9% 급등해 배럴당 79.41달러까지 치솟았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 이상 오른 72.57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4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카타르가 이란의 보복 공격 확산에 대응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40% 넘게 폭등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고전적인 환율 상승 경로를 자극한다. 원유·가스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전체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2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들어온다. 호르무즈가 봉쇄되면 우회 경로를 통한 추가 달러 지출이 불가피해진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아시아 증시를 통해서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연결됐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 초반 2.76%까지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12%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와 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전형적인 위험회피 국면이다.
국제 금융기관들의 경고는 구체적이다. 롬바드오디의 새미 차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쟁 장기화로 오일 쇼크가 발생할 경우 원자재, 금리, 환율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률까지 타격을 입는 심각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JP모건은 전쟁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사태 이전까지 한국 물가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 왔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9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2%(중간값)로 예상됐다. 원·달러 환율이 12월 평균 1467원에서 1월 1456원, 2월 1440원대로 하락한 것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중동은 한국의 건설·플랜트·인프라 수주의 핵심 시장인 동시에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재건·방산 수요 확대라는 새로운 기회가 공존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란의 핵·미사일 문제가 군사적 방식으로 처리되는 전례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