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국 사회는 청년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성실해야 하고, 유능해야 하고, 감정적으로도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일은 일대로 해내면서 자기계발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경제적 불안 속에서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까지 갖추어야 한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대인데, 사회는 그 버팀마저 개인의 능력처럼 말한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선택이고,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이며, 출산을 미루는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렇게 세련되게 포장된 언어들 아래에는, 무엇을 원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감당할 수 없어서 놓아버려야 하는 현실이 있다. 선택의 언어로 불리지만 실은 포기의 언어에 더 가까운 삶. 이 시대 청년의 초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흔들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황금 소와 허공으로 흩날리는 사물들이다. 팝콘과 영화 티켓, 반지, 젖병, 공갈젖꼭지, 사원증 같은 물건들이 등 뒤에서 바람처럼 날아가고 있다. 그것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이 시대가 청년에게서 하나씩 밀어내는 삶의 항목들이다. 영화 티켓과 팝콘은 가볍고 사소해 보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연애와 여가를 상징한다. 반지는 결혼을, 젖병과 공갈젖꼭지는 출산과 돌봄을 환기한다. 사원증은 노동의 세계를 뜻한다. 결국 이 화면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무엇을 붙잡고 버티는 사이, 무엇들이 삶에서 먼저 떨어져 나가는가.
사람들은 청년 세대를 두고 ‘삼포세대’라고 불러 왔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명칭에는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마치 손에 쥔 것을 스스로 내려놓은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감당할 수 없는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끝없이 높아지는 생계비 앞에서 누군가는 사랑을 미루고, 누군가는 결혼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낳을 상상 자체를 접는다. 포기라기보다 유예이고, 유예라기보다 구조적 박탈에 가깝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삼포세대를 어떤 세태 유행어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 뒤에 가려진 피로와 위태로움을 한눈에 보이게 만든다.
화면 속 인물이 두른 붉은 망토는 특히 중요하다. 그것은 슈퍼히어로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이 시대의 청년 여성에게 씌워진 과잉 기대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직장에서는 유능해야 하고 관계에서는 배려심이 있어야 하며 현실 앞에서는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까지 갖춰야 한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기에도 버거운데 사회는 끊임없이 ‘슈퍼걸’이 되기를 요구한다. 잘 해내는 여성, 무너지지 않는 여성, 티 내지 않고 버티는 여성을 칭찬하면서, 정작 왜 그렇게까지 버텨야 하는지는 묻지 않는다. 〈내숭: 삼포세대 미쓰김〉은 바로 그 불균형을 풍자한다. 망토는 능력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강요된 역할의 무게다.
이 작품을 이루는 색채와 형식도 그 불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황금빛 소의 묵직한 광택은 풍요의 환상을 드러내지만, 그 위에 얹힌 푸른 저고리와 붉은 망토는 지나치게 선명해서 오히려 불안하다. 반투명하게 흩날리는 치마의 겹은 속도와 흔들림을 시각화하고, 인물이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긴장을 화면 전체로 퍼뜨린다. 전통 한복의 단아한 선과 놀이공원의 기계적 운동감이 겹치면서 이 작품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청년의 몸 위에 어떻게 불안과 과제를 동시에 얹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색채와 경쾌한 구성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때 ‘내숭’이라는 단어는 이 장면을 다시 뒤집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다. 황금 소를 타고, 슈퍼걸의 망토를 두르고, 어떻게든 중심을 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삶이 안정적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불안을 감추기 위해 덧입힌 표정에 가깝다. 사회는 청년에게 늘 괜찮은 척하라고 요구한다. 힘들어도 웃고, 버거워도 티 내지 않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의지를 보여 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침착한 표정 아래에는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내숭: 삼포세대 미쓰김〉은 바로 그 감정을 드러낸다. 괜찮아 보이는 얼굴과 전혀 괜찮지 않은 현실 사이의 간극, 그것이 이 작품이 붙잡고 있는 ‘내숭’의 본질이다.
결국 이 그림은 황금빛 시대를 사는 청년의 풍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풍요로워 보이는 시대에 왜 이렇게 많은 것이 삶에서 탈락하는지를 묻는다. 사랑도, 결혼도, 출산도, 때로는 꿈과 희망조차도 왜 이렇게 쉽게 뒤로 날아가 버리는가. 그리고 왜 그 상실의 책임이 언제나 개인의 선택처럼 말해지는가. 이 작품은 그 질문을 기계식 황소라는 우스꽝스럽고도 잔인한 비유 안에 밀어 넣는다. 놀이처럼 보이지만 놀이가 아니고 화려해 보이지만 조금도 즐겁지 않은 삶의 장면. 바로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닮았다.
떨어지지 않는 것이 곧 성공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있다. 하지만 어떤 시대에는,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는 것이 한 사람을 지나치게 지치게 한다. 〈내숭: 삼포세대 미쓰김〉은 그 지침과 에너지의 소모를 말한다. 그리고 말없이 묻는다. 정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와 더 나은 자기관리인가. 아니면 이제는 황금 소의 속도를 멈추게 할 다른 질문인가.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대 한국인의 삶과 감정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한국의 초상’이라는 시선으로 그려 왔다. EBS ‘해요화 해요’에서 댕기언니로 활동했으며 서울시와 희망브릿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와 강연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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