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비혼과 저출생을 도덕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는 거의 실패한다.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은 사랑이 아니라 리스크의 문제라는 것을.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현실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말일 뿐이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손해’로 계산한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계산하는 게 비정한 게 아니다. 계산하게 만든 환경이 비정한 것이다.
한국화가로서 이 모순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전유해 〈결혼: 피로타〉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성모가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그 거대한 슬픔의 이미지를 역전시킨 것이다. 혼례 복장을 갖춘 여성이 ‘소진된 몸’을 안고 있다. 화려한 족두리와 금박 문양 아래 분홍 고무장갑을 낀 몸. 구원이 없다. 누군가를 잃은 것도 아니고,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미리 목격하는 장면이다. 이 그림의 핵심은 제단 밑의 한 쌍의 원앙오리에 있다. 암컷에게만 매듭이 채워져 있다. 결혼은 ‘둘의 약속’이지만, 현실의 매듭은 한쪽에만 더 단단히 묶인다는 뜻이다. 아이가 아프면 누가 연차를 쓰는가. 학부모 상담은 누가 가는가. 간병은 누가 하는가. 이름 없는 가사노동은 누가 챙기는가. 이 질문들의 답은 너무 자주 한쪽으로만 쏠린다. 그래서 사랑의 상징이라는 원앙이 내 그림에서는 한쪽만 묶였다.
결국 이 작품이 묻는 건 간단하다.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현재 한국 사회는 구조를 손보는 대신, 개인에게 품위를 요구한다. “품위 있게 버티세요”, “아름답게 희생하세요”. 하지만 이런 요구들은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랑이 있어서 결혼하는데, 구조가 사랑을 갉아먹는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서 개인에게만 ‘우아한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그게 지금 우리 사회의 초상이 아닐까. 나는 이런 보이지 않은 고리를 끊고 싶다. 그래서 피에타에서 구원을 지우고, 피로타라는 작품으로 피로를 남겼다. <피에타>가 신을 위한 희생을 표현했다면 <피로타>는 제도를 위한 희생을 그렸다.

한국화가 김현정은 선화예중·예고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대 한국인의 삶과 감정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낸 21세기 풍속도 〈내숭 시리즈〉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한국의 초상’이라는 시선으로 그려 왔다. EBS <해요화 해요> ‘댕기언니’로 활동했으며 서울시와 희망브릿지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30만 팔로워와 소통하며 국내외 전시와 강연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글_김현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