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을 그리는 한국화가 김현정을 들여다보자.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현정을 만나봤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한다.
“21세기 풍속도를 그리는 한국화가 김현정이다”
Q. 미술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Q. 작품의 통일된 주제가 ‘현대 여성의 세태를 풍자와 해학의 재해석’이다. 이런 주제를 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처음에는 풍자라는 생각을 감히 하지도 못했다. ‘내가 이런 걸 좋아했네’하며 소소하게 그린 것이 시작이었다. 이제는 주제와 소재가 점점 바뀌는 거 같기도 하다”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그 나라가 궁금하면 무조건 미술관, 박물관부터 간다. 미술품으로 시대를 가늠하는 현상은 지속될 거 같고 나 또한 이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Q. 독특한 작업 방식도 주목할만하다. 한지 콜라주(Collage)와 같은 작업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또 하나의 가장 큰 이유는 ‘내숭’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한복이 살짝 비치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그려도 잘 안 됐다. 어느 순간 한번 한지를 붙여볼까 싶어 시도해 봤는데 느낌이 좋아 그 이후로 계속 한지를 붙였다”

Q. 기업들과 아트 컬래버레이션, SNS 활용 등 색다른 작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야 미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미술의 큰 장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활 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도했다.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은 먼저 기획하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컬래버레이션 된 제품을 스스로 너무 가지고 싶어서 만들었다. 그렇게 제품을 만들었더니 기업에서 보고 사용에 대해 문의를 주시면서 이루어졌다”
“SNS 또한 계속하고 싶다. 예술이라는 것이 신비주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제 성격상 그게 안된다(웃음) 나이가 들면 고급을 주장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러고 싶다.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한 스키장의 초급 슬로프 같은 사람도 존재해야 하니”
Q. ‘내숭’ 시리즈가 굉장히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주제 선택 이유와 연관된 개인의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숭 시리즈가 굉장히 많다. 가수로 치면 앨범 같은 느낌이다. 물론 제목을 매번 동일하게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내숭 1, 내숭 2 이런 식으로 했는데 너무 헷갈리더라. 내가 엄마인데 이름을 왜 안 붙여줬을까 생각에 그림을 그릴 때는 별명이나 태명을 지어준다. 완성되면 본명도 지어준다”
“처음 시리즈를 그릴 때는 진짜 일상 생활하는 모습만 그렸다. 그러다 나중에는 올림픽이나 놀이공원 같은 취미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니아층이 있는 종목을 노려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제가 88년생이어서 그런지 88 올림픽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5 대륙에서 흔히 하는 종목들로 이루어진 게 올림픽이라면 우리들만의 올림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올림픽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리고 놀이공원을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한다. 연간 회원권을 끊어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고 거의 매주 갔다”
“제가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을 때는 항상 만나는 사람들마다 결혼에 대해 물어보더라. 요즘 시대 사람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가 철이 안 들어서가 아니라 나름의 각자 사정이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세대 소통의 장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에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이렇듯 다 내 일상과 경험에 빗댄 작품들이 많다”
Q. 앞으로 구상 중인 작품들이 있다면?
“사실 한 5년 정도의 연차일 때는 계산과 생각을 했다. 어떤 색깔 한복이 잘 팔릴까 등의 생각을 하며 작업했다(웃음) 지금은 진솔한 작업을 하고 싶다. 너무 계산적으로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계획형 사람이라 뭘 그릴지 미리 알면 좋긴 하겠지만 이제는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작업하고 싶다”

Q.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작품 속 패션. 가장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한복을 입으면 명품 가방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한복을 맞출 때 원장님에게 치마와 같은 천으로 복주머니 같은 가방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 장식도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예쁜 것이 없다. 그래서 직접 제작한다. 한복을 입을 때는 액세서리가 중요한 거 같다. 가장 좋아하는 액세서리는 머리 장식이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확실히 초기 작품들이 애착이 간다. 완성까지 오래 걸린 작품들. 크기가 크거나 계속 수정이 필요했던 작품들. 아픈 손가락들이 생각이 많이 난다. ‘결혼 : 천지차이’라는 작품이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해서 그린 작품이다. 크기가 약 3M 정도 된다. 또 하나는 ‘내숭 : Shall We Dance?’라는 작품. 이 작품은 크기가 5M 정도 되는데 판을 여러 개 붙여서 작업을 하는데 아구를 맞추기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Q. 앞으로의 전시 계획을 알고 싶다.
“부정어가 없는 전시를 하고 싶다. 처음 개인전을 했을 때는 할 줄 모르니 선배들이 하는 것처럼 혹은 멋들어지고 깔끔하게 했다. 이제는 다 같이 놀 수 있는 전시가 좋다. 전시장 가면 하지 말라는 게 많다. 마치 놀이공원처럼 각 층마다 테마를 다양하게 만들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전시를 하고 싶다”
Q.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부자 화가가 되고 싶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이 ‘작가는 배고프다’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어릴 때는 가수나 화가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근데 요즘은 BTS만 봐도 가수들의 지위가 달라졌다. 화가 또한 일찍 죽어야 작품이 뜬다고 하는데 우리도 100살까지 살아보면 안 될까 생각한다(웃음) 이런 편견을 깨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Q. 사람 김현정, 나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숭녀’라고 표현하고 싶다. 첫 개인전에서 한 관객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관객분이 ‘작가님이 내숭녀세요?’라고 물어보셨다. 거기에 저는 ‘무슨 말씀이세요. 저 털털해요’라고 이야기했었다”
“처음 내숭 시리즈는 저를 미워하고 아프게 한 사람을 표현한 그림이었다. 어느 날 ‘내숭녀 시리즈의 모습들 사실 나한테도 있잖아’라고 인정하는 순간이 왔다.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 ‘저는 내숭녀다’라고 이야기한다”

Q. 롤모델이 있다면?
“연세가 많으신데도 자기 일을 꿋꿋하게 하시는 분들이 멋있어 보인다”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사 자격증’이라는 것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다 있다. 예를 들면 ‘모나리자’ 작품이 사고로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지 위해서 똑같이 모사품을 만드는 작업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기 위한 자격증이다. ‘모사자격증’이 한국에도 생겼다. ‘꼭 모사공이 되고 싶다’라기보다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도 AI 공부를 하루에 몇 시간씩 한다. 새 시대의 새 일꾼이 되고 싶다”
Q. 좌우명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자’ 저희 집의 가훈이기도 하다. 주어진 일에 열심히 사는 게 재밌다”
Q.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웃기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내숭 시리즈’가 아픔에서 시작된 그림이다. 모든 현대인들이 그렇듯 저도 우울감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서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그림체를 일부러 더 유쾌하게 그린다. 보시는 분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드리고 싶다”
“또 한 가지는 미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술과 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Q. 마지막으로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가지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한국화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선승혜라는 평론가분이 붙여준 말이다. 음악처럼 미술에도 팬덤 문화가 생기고 저 또한 30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어 전시를 하면 많이 찾아와 주신다. 나이가 조금 젊다 보니 붙여주셨는데 더 좋은 대안은 없는 거 같다. 만족한다”
이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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