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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가치에 주목한 패션 하우스

박찬 기자
2022-03-09 10:42:00
[박찬 기자] 최근 가장 화두에 오른 국제 이슈를 꼽자면 단연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다. 이는 올해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내린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으로, 주로 경제-외교 분야에서의 갈등으로만 치부되어왔던 신냉전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자국 내 맴돌았던 전운이 파국으로 치솟자 우크라이나는 결국 ‘전쟁’이라는 참혹한 고통과 불안에 휩싸였다. 8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우크라 난민 수가 201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지 불과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양측간의 회담이 어렵게 개시되었지만, 이 시간에도 주요 도시는 파괴되며 민간인들의 피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어둡고 막막한 상황 속에서 한줄기 극적인 요소가 있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향이 굳건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구심적 역할,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침공한 이후 줄곧 키이우에 머물며 전쟁을 지휘하고 있다. 객관적 전력 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전쟁임에도, 우크라이나는 꿋꿋한 저항 의식으로 본인들의 영토를 사수하고 있는 것.
그런 와중에 등장한 패션 하우스의 응원 메시지는 전례 없이 따사롭고 강렬하다.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선보인 22 겨울 컬렉션 런웨이에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가득했다. 조지아 난민 출신으로 전쟁의 비통함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는 쇼 시작에 앞서 우크라이나어로 시를 낭송했다. 관객석에는 이들의 국기를 상징하는 티셔츠가 놓여 있었으며, 전흔에 공감하는 편지를 함께 준비해 평화를 되새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는 쇼 위의 침묵으로 그 숙연함과 슬픔을 대신했다. “쇼에 어떠한 음악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내 결정은 비극 받은 이들을 존중하는 표시로 만들어졌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한 것. 오로지 침묵을 통해서만 비극을 향한 심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고. 캣워크에 정적이 흘러가자 비통함이 쇼장 안을 가득 메웠다.

베르사체(Versace)는 지난 25일 SNS 계정에 아무런 내용 없이 ‘PEACE’라는 글자를 업로드해 눈길을 끌었다. 며칠 후 그들은 ‘우크라 사태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모회사의 지원 아래 긴급 기부를 결정했다’라며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동참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은 22 가을 겨울 컬렉션을 공개하기 직전, 직접 얼굴을 내비쳐 우크라이나 국민들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를 표했다. 이들의 국기를 상징하는 옐로우&블루 컬러 스웨트 셔츠를 착용하고 글을 올린 그는 ‘이자벨 마랑 기금을 통해 유엔난민기구, 유니세프에 기부했다’라고 말한 뒤 ‘목소리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라며 화합의 힘을 강조했다.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또한 그 응원 행렬에 동참했다. 그들은 ‘우리 모두 이 가슴 아픈 위기로 인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라며 ‘랄프 로렌 기업 재단은 우크라이나 가정에 필요한 물품 지원을 위해 Careorg에 즉각적인 기부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서 러시아 전역에서 의류 판매를 중지한다고.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e)는 평화적 메시지를 패셔너블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기존의 여우 로고에 블루&옐로우 컬러를 덧대 우크라이나의 국기를 상징한 모습. 아울러 이들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할 것’이라며 ‘유엔난민기구 기부를 통해 전쟁 피해자들에게 인도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뜻을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렌티노(Valentino), 샤넬(Chanel), 미우미우(Miu miu), MSGM 등 수많은 브랜드 하우스가 각각의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한 것. 이들의 메시지는 패션계는 물론 세계 문화, 사회 전반 곳곳에 종전에 대한 열망을 내포했으며 평화적 반향을 규합해나갔다.

당연한 일상 속 회복을 기원하며 전 세계적 화합에 다가선 이들. 메시지에 이따금 등장한 우크라이나의 상징색인 옐로우&블루 컬러는 평화의 의의를 다시금 새기며 이 세상을 천천히, 그리고 명확히 변화시킬 것이다. (사진출처: 보그 US 공식 홈페이지, g_aero.kh, 베르사체, 이자벨 마랑, 메종 키츠네, 발렌티노, 폴로 랄프 로렌, MSGM, 비비안 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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