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Red Velvet)이 돌아왔다. ‘필 마이 리듬’에 이어 다시 한 번 샘플링을 도입했지만, 갸우뚱할 필요는 없다. 레드벨벳이 ‘동어반복’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신곡 ‘벌스데이(Birthday)’는 ’feel my rhythm’와 또다른 차원에서 진일보한 샘플링 편곡을 선보인다. ‘벌스데이’는 짧은 스트링연주로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중 샘플링할 멜로디를 살짝 들려주고는 바로 인트로를 전개한다. 샘플링에 쓰인 멜로디는 짧은 마디지만, 이를 주조하는 신스사운드가 일품이다. 순간 볼륨을 키웠다가 줄이고, 비브라토까지 건다. 한박자 당기거나 밀며 통통튀는 느낌을 더하는 박자감도 일품.
‘벌스데이’에서 ‘랩소디 인 블루’가 등장하는 부분도 주목해야한다. 시작과 인트로에서 경쾌함을 만드는데까지만 샘플링을 역할을 한다. 이후 브릿지, 코러스 파트에서는 작곡진이 만들어내는 팝스럽고 웅장한 사운드가 온전히 곡을 이끈다.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원곡은 15분에 가까운 대곡이다. 자유분방한 재즈리듬과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피아노가 어우러져 1924년 초연 당시 현대음악의 실험이라는 평을 얻었을 정도. 그런 대곡에서 키치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벌스데이’에 어울릴 재즈적인 요소만을 취한 센스는 감탄마저 자아낸다.
한편, 메인보컬 웬디의 활약도 돋보인다. 활발한 ‘벌스데이’ 분위기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내고, 큰 진폭의 바이브레이션도 적극 사용한다. ‘바이 바이’에서 ‘아이스크림’을 연상케하는 고음애드립, ‘롤러코스터’에서는 뮤지컬을 연상케할 정도로 다양한 톤과 감정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데뷔 9년차를 맞이한 그룹이 선보였다는 것. 이 연차까지 일년에 앨범을 두 장을 내는 등 왕성하게 활동한 팀도 K팝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렇게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팀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레드’와 ‘벨벳’을 오가는 레드벨벳의 탐험가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김치윤 기자 cyk78@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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