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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리뷰] 다시 태어난 레드의 경쾌함, 레드벨벳 ‘벌스데이’

김치윤 기자
2022-11-29 10:40:04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Red Velvet)이 돌아왔다. ‘필 마이 리듬’에 이어 다시 한 번 샘플링을 도입했지만, 갸우뚱할 필요는 없다. 레드벨벳이 ‘동어반복’을 할리가 없지 않은가. 

신곡 ‘벌스데이(Birthday)’는 ’feel my rhythm’와 또다른 차원에서 진일보한 샘플링 편곡을 선보인다. ‘벌스데이’는 짧은 스트링연주로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중 샘플링할 멜로디를 살짝 들려주고는 바로 인트로를 전개한다. 샘플링에 쓰인 멜로디는 짧은 마디지만, 이를 주조하는 신스사운드가 일품이다. 순간 볼륨을 키웠다가 줄이고, 비브라토까지 건다. 한박자 당기거나 밀며 통통튀는 느낌을 더하는 박자감도 일품. 

샘플링을 단순한 차용에 그치지 않고 멜로디와 리듬을 분절하고 재배치하는 방식은 전작 ‘필 마이 리듬’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선율을 브릿지, 코러스파트에 걸쳐 나눴다. ‘꽃가루를 날려’로 시작되는 브릿지에서 누구나 아는 그 멜로디가 등장하지만 그 파트 멜로디에 어울리는 선율만 쓰고, 나머지는 코러스파트에 배치한다. 그런데 ‘feel my rhythm, come with me’가 나오는 코러스파트 시작점이 아니라 한 마디 쉬었다가 ‘노래를 따라서 저 달빛에 춤을 춰’ 부분에 샘플링을 배치했다. 가수가 부르는 멜로디와 샘플링한 원곡이 같이 진행되는게 아니라, 서로 치고 빠졌다가 합쳐지는 ‘구성’에 집중한 센스가 돋보였던 부분.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벌스데이’에서 ‘랩소디 인 블루’가 등장하는 부분도 주목해야한다. 시작과 인트로에서 경쾌함을 만드는데까지만 샘플링을 역할을 한다. 이후 브릿지, 코러스 파트에서는 작곡진이 만들어내는 팝스럽고 웅장한 사운드가 온전히 곡을 이끈다.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원곡은 15분에 가까운 대곡이다. 자유분방한 재즈리듬과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피아노가 어우러져 1924년 초연 당시 현대음악의 실험이라는 평을 얻었을 정도. 그런 대곡에서 키치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벌스데이’에 어울릴 재즈적인 요소만을 취한 센스는 감탄마저 자아낸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한편, 메인보컬 웬디의 활약도 돋보인다. 활발한 ‘벌스데이’ 분위기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소리를 시원시원하게 내고, 큰 진폭의 바이브레이션도 적극 사용한다. ‘바이 바이’에서 ‘아이스크림’을 연상케하는 고음애드립, ‘롤러코스터’에서는 뮤지컬을 연상케할 정도로 다양한 톤과 감정으로 분위기를 주도한다. 

‘퀸덤’ ‘필 마이 리듬’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였던 레드벨벳이 ‘벌스데이’로 다시 경쾌한 ‘레드’로 돌아온 것은 충분히 환영할만하다. 수록곡 5곡 모두 그 에너지를 다채롭게 변주하며 앨범명인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벌스데이’에 어울리는 활기를 선사한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데뷔 9년차를 맞이한 그룹이 선보였다는 것. 이 연차까지 일년에 앨범을 두 장을 내는 등 왕성하게 활동한 팀도 K팝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렇게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는 팀은 더 찾아보기 어렵다. ‘레드’와 ‘벨벳’을 오가는 레드벨벳의 탐험가적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김치윤 기자 cyk78@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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