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정 기자/사진 김강유 기자] 최근 조인성과의 광고 캠페인 촬영으로 ‘조인성의 그녀’라 불리고 있는 이현이. 하지만 이현이는 ‘누군가의 그녀’라고 칭해지기보다 모델 이현이라고 당당히 불려야하는 톱모델이다.
이현이는 2005년 ‘한중일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 후 ‘샤넬’, ‘에르메스’,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 모델이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세계적인 컬렉션 쇼 캣워크를 당당히 누볐다. 또한 최근에는 패션 관련 프로그램과 각종 CF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는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모델이 된 것은 나조차도 놀랄 일”
이현이는 대학 생활 당시 만해도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여느 평범한 학생들처럼 공부를 하고 취직 준비를 했던 이현이가 과연 모델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때는 언제일까.
“보통 선배들처럼 은행이나 번듯한 회사에 취직을 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졸업반이 되기 전 진로를 고민하다 내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뭘까 진지하게 생각을 했는데 무대에 서는 것이 내가 즐거워 할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학 생활 당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한 생각이 한 적이 있다. 당시 키가 너무 커서 남장을 하고 남자 역을 하게 됐는데도 너무 재미있게 했었다. 또한 관객이 있는 무대의 생생한 현장감이 나에게 희열을 줬다. 큰 키가 필요하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모델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 후 바로 슈퍼 모델 대회를 신청했다”
“거절을 수십번 당해도 무대에 서는 순간 모두 잊는다”
모델 대회로 데뷔 1년 후쯤 이현이는 ‘샤넬’, ‘에르메스’, ‘드리스 반 노튼’, ‘DVF' 등 뉴욕부터 파리까지 세계적인 컬렉션에 참여했다. 빠른 시간 내에 대형 쇼에 참여하게 된 비결이라도 있냐는 질문에 이현이는 담담히 대답했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해외 컬렉션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06년 뉴욕 컬렉션이다. 매니저도 없이 홀홀단신 지도 하나만 가지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DVF, TSE 등 여러 쇼에 참여 후 밀라노 컬렉션에 참여하기 위해 밀라노로 갔다. 하지만 밀라노는 워낙 보수적이라 신인 모델을 잘 기용하지 않는다. 가져간 포트폴리오도 전화번호부처럼 훑어보고 3초간 나를 살펴 본 후 감사하다며 나가달라고 말한 것이 하루에 열 번이 넘는다”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면전에 대고 ‘넌 별로다’라는 말을 듣는 직업이 얼마나 될까. 오디션 장의 거절을 일상생활처럼 느끼게 되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가질 생각은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현이는 대답했다.
“밀라노에서는 매일 밤을 울었었다. 하지만 다음 파리 컬렉션에는 운 좋게 샤넬, 드리스 반 노튼, 에르메스 등 최고의 쇼를 하게 됐다. 무대 규모도 커서 놀랐을 뿐더러 등장하는 순간부터 사진 찍는 소리가 장맛비같이 들렸다. 이럴 때의 느껴지는 희열감이 나를 아직 모델로 살게 하는 것이다”
“파리 깜봉 가의 톱 모델들 사이에서 나를 봤을 때 가장 기뻤다”
이현이는 모델로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쇼로 샤넬과 에르메스를 꼽았다. 오디션 기회조차 쉽게 오지 않는다는 샤넬 쇼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일과 규모에 압도 됐던 에르메스 쇼에 섰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에르메스 쇼는 규모가 컸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인 장 폴 고띠에가 오디션도 보지 않고 나를 에르메스 쇼에 세웠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에르메스 쇼 전에 장 폴 고띠에 쇼 오디션을 보러갔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당시 오디션에서 가장 마지막 모델로 갔는데 디자이너 장 폴 고띠에가 정말 많은 옷을 입혀보며 못 가게 했다. 마음에 들어 그런다며 일종의 홈 파티에도 초대했던 기억이 난다”
“모델의 어려움? 주변의 시선과 외로움이다”
겉모습이 화려한 모델들은 그 뒤에 많은 고충을 안고 있다. 패션이라는 분야 특성상 시즌을 앞서 가다보니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바닷가에서 안 추운척 촬영을 하는 일도 있고 한 여름에 모피를 입고 땀을 뻘뻘 흘려대기도 한다.
“물론 촬영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많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하이패션이 일반적이지 않은 터라 촬영할 때 주변 시선이 곱지 않을 때 가 많다. 또한 외부 촬영이 많다 보니 지나가는 분들이 옆에서 들릴 정도로 안 좋은 얘기 할 때도 있다”
“모델로서 힘든 점으로 다른 하나를 꼽자면 외로움이다. 모델은 1명이 1인 기업으로 활동하는 직업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동료와 나눌 수도 없고 각자가 길이 다르기 때문에 모델은 외롭고 고립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특히 나는 늦게 데뷔 한 편이라 같은 나이의 모델이면 몇 년씩 선배여서 친구를 만들기 힘들었다”
“어떤 활동을 해도 모델 이현이로 기억되고 싶다”
최근 CF나 각종 패션 프로그램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이현이에게 연기나 다른 분야에 대한 욕심은 없냐고 물어봤다.
“건축가 양진석이 방송 활동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를 방송인이라 보지는 않는다. 자신의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건축가로 본다. 나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지만 모델 이현이로 불릴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더 멀리 보자면 문화 사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일본 문화는 팬시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파리 컬렉션도 60개 브랜드가 쇼를 한다면 적어도 1/3은 일본 디자이너일 정도로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 걸 보다보면 한국도 못지않은데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다”
비빔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도 예술적이고 정교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똑똑한 모델 이현이. 이현이가 앞으로 보여 줄 더 많은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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